중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시험을 위한 미술공부를 하였다. 머릿속엔 그저 이론뿐, 이마저도 시험이 끝나면 백지장이 되었기에 미술전시회에 가면 남들을 따라 행동할 뿐 아무런 감흥도, 생각도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가게 된 전시회에서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게 되었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원래 나는 다른 그 어떤 시대보다 원시 미술과 르네상스 미술에 흥미를 갖고있어 1편과 5편을 읽고싶었지만, 재고가 없는 관계로 3편을 보게 되었다. 3편은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천주교인인 나도 조금은 지겨웠기에, 무교나 타종교의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책을 잘못 골랐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책의 글쓴이는 대화의 방식으로 글을 풀어나갔는데, 이 서술방식이 글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주었던 것 같다. 또한 각 파트가 끝나면 간략한 노트로 앞에서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는데, 이 파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2세기 초 로마시에서 제작되어 한 남자의 무덤에서 발견된 '전차 경주장 부조'였다. 지금까지는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예를 들어, 사람을 조각할 경우, 그 비율이 굉장히 과학적이고 수학적으로 조각된) 그런 것들만 봐왔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인간적인(사람으로 치면 연예인만 보다가 비연예인을 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의 기준'을 만족하는 예술품 뿐만 아니라 비록 그 기준은 만족하지 않더라도 시대의 모습이 반영된 작품들이 충분히 가치 있는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