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고전이라는 이 책을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했는데 눈이 침침해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글씨가 너무 작아 안 보이는 글자도 있고 그나마 좀 더 큰 본문 글자도 읽으려니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책이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는 '20세기에 쓰여졌지만 21세기에 맞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책이다. '문학책이다', '역사책이다'라고 할 정도로 우주과학은 물론 신화, 전설, 종교, 문학, 역사를 망라한 책이다. 영원한 고전이라 불리어지는 이유가 과학서적으로서뿐만 아니라 코스모스가 담고 있는 세상에 대한 태도, 인류 보편원리에 대한 이야기, 가치관에 대한 것을 소중히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크게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200억년 전 빅뱅에 의해 파생된 우주물질에서 우리는 탄생했다. 세계를 이해할 줄 아는 방식으로 수많은 진화를 거듭하여 왔으나 코스모스 전체 속에서는 티끌만도 못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우주는 영원하지 않다. 어쩌면 더는 지구에서 살지 못해 제2의 삶의 터전으로서 또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미래가 있다.
우리는 먼 하늘 밖 우주세계와 별개가 아니다. 우주로부터 왔고 우주의 숨결이 우리 세포속에 심어져 있다. 그래서 생로병사에 있어서는 인간은 별과 닮았다. 인간이 탄생하고 죽는 것처럼 별들도 출생과 사망의 과정이 있음을 저 자는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과학은 이오니아에서 철학자들에 의해 태어나 융성하다가 이후 실용적가치를 얕잡아보던 풍조가 만연하면서 쇠퇴하였다. 육체노동은 바로 노예임을 뜻했다. 과학실험도 육체노동으로 치부했다. 그리하여 거의 아무도 과학을 하지 않았으며 과학은 그렇게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플라톤 또한 천문학자들에게 천상의 문제를 생각하되 하늘을 관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역설했을 정도라 하니 고대에 융성했던 과학의 지식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러던 중 오픈마인드 소유자인 알렉산더 대왕이 출현하면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50만여권의 책이 소장될 정도로 과학의 부흥기를 맞게 된다.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약600년동안 인류를 우주의 바다로 이끈 지적 모험을 잉태하는 그리고 양육한 곳이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에 정박한 상선은 모두 검문을 받았는데 목저근 밀수품 적발이 아니라 책 찾기에 있었다. 책두루마기가 발견되면 즉시 빌려다가 베낀 뒤 사본은 도서간에 보관하고 원본은 주인에게 돌려 주었다.
600여년동안의 과학발전은 한 순간에 암흑기를 맞게 된다. 당시 교회의 지지를 받던 천문학자 점성술사인 프톨레마이오스의 등장으로 과학은 1000년 동안 암흑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는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않고 천구모형을 제작하여 지구가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주장하였다. 훗날 폭도들에 의해 50만권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책들이 불태워졌다. 대도서관을 낳은 고전문명이 한순간에 붕괴 되었고 장서의 극히 일부만이 후세로 전해졌고 사방으로 흩어져 고작 글 몇 줄, 종이 몇 조각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들의 전부라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후 3대 천재 과학자에 의해 과학은 새로운 길을 들어서게 된다. 오랜 암흑기를 거친 후 한 사람의 용감하고 고독한 분투 덕분에 과학에 혁명의 불이 일기 시작했다. 독일의 요하네스 케플러다. 화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원이 아닌 타원 궤도를 돈다는 것으로 확인한 '케플러의 법칙' 발견으로 근대과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가 죽고 36년후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아이작 뉴턴의 출현이다. 미적분을 창시하고 빛의 기본 성질을 알아내었으며 '케플러의 제3법칙'을 이용하여 만유인력을 구축했다. 칼세이건은 아이작 뉴턴을 인류역사상 제일가는 과학의 천재로 여겼다. 이어 들장한 또 다른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우주법칙은 더욱 정확하게 정립되었음을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구를 지켜야 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