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술에 관한 일반적인 접근 방법인 미술사, 미학 관점에서의 작품 해석이 아닌 미술사 이전에 오롯이 있는 작품과 작가에 주목하여 기술한 책이다. 시대적 상황하에서 예술가의 삶의 고민과 고뇌를 불어 넣은 것이 작품이므로 예술가를 알면 미술사의 미학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경영학을 전공하였음에도 미술에 심취, 유럽 전역 미술관을 순례하면서 독학했다. 그래서인지 나 같은 일반인들도 미술작품에 대한 접근이 다소 쉬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책을 보면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아픈 시대상황속에서 얼마나 많이 고뇌하고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알수 있다. 뭉크는 부모와 누나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일생동안 자신도 죽음의 공포속에서 살면서 그 공포를 작품으로 담아냈다. 그가 처음으로 그린 '병든 아이', 그의 역작 '절규'(1893), 말년에 그린 '시계와 침대 사이에 있는 자화상' 모두 죽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평생 죽음을 두려워 했지만 당시 평균 수명보다 훨씬 오래인 81세까지 살았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로 알려진 반 고흐는 노란색에 심취한 이유가 '녹색요정' 때문이었다고? 당시 파리의 '녹색요정'의 정체는 독주 '압생트' 였는데 저렴한 가격 때문에 예술가 들이 이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반 고흐 또한 이 술을 너무 좋아하여 알콜중독에 이르게 되었고 이 술의 부작용인 '황시증'으로 인해 그의 눈에는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했고 그대로 그림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화가로서 큰 결점이 될 수도 있었음에도 화려한 노란 색감의 향연으로 승화시켰던 반 고흐이 그림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깊은 몰입감을 가져다 준다.
프리다 칼로는 역경을 예술로 승화시킨 20세기 멕시코 예술의 대표 화가이다. 여성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의 상황이 그를 강한 예술가로 승화시켰다. 6살 때 소아마비에다 22살에 다리를 절단하는 고통스런 개인 역사를 소유한 여성 화가였음에도 알고 보면 우리나라의 막장드라마처럼 원조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멕시코 국민적 영웅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으나 그런 남편이 멈추지 않는 바람끼 등으로 고통의 날 속에서도 그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붓을 들어 명작을 탄생시킨 화가였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는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는 사실은 테러를 일삼은 희대의 반항아 였다고? 사실 그는 미술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러도 좋을 '희대의 반항아'였다고 한다. 그는 가난했지만 성공에 대한 끈기와 열정 그리고 귀금속 세공사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어린나이에 엘리트 교육 코스를 거친후 초반부터 출세가도를 달렸다고 한다. 그러던중 같이 사업을 하던 동생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충격과 슬픔에 빠지면서 그동안 교육받고 그렸던 틀에 박힌 그림에 대한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고 서른다섯의 클림트는 빈 미술 권력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과거와 분리된 새로운 예술을 위해 싸운 것이다. 헝클어진 머리, 초점을 잃은 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외모와 몸매를 가진 이브의 누드 그림 '누다 베리타스'를 선보이며 기존의 형식적인 그림에 대해 반기를 드러내었습니다. 그리고 빈 대학교에서 의뢰한 세 점의 그림 '철학', '의학', '법학'에서 현실과는 다른 극과극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결국 그 작품이 철거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시대의 반항아로 살아온 그의 예술인생이 극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결국 그는 새로운 예술의 씨앗을 심은 분리주의 정신은 곧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라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들을 탄생시키는 인큐베이터가 되었다.
"미술을 함께 보고 느끼고, 가지고 놀며, 공감하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제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다른 누구의 미술이 아닌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한, 당신에의한 당신의 미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밤을 지새우며 글을 채웠습니다. 차갑게 머리로 아는 미술을 넘어 뜨급게 가슴으로 공감하는 미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조원재 작가가 이 책을 지으면서 던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