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이야기라는 점에 이끌려 주저없이 한자와 나오키 1권을 선택했다.
1권에서는 한자와나오키의 입행부터 시작해서 이후 과장이 된 시기까지가 나오는데,
이때 과거 내가 입행할 때가 생각이 많이 났다.
내용과 관련된 후기도 중요하겠지만, 이 책을 통해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나의 소회를 남기고자 한다.
간 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물은 넘쳐 흐르고,
세찬 바람 덕분에 잔물결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모두 함께 상류에서 하류로 가고 있는 듯 하지만
강물 속 물방울 하나하나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향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누군가는 직진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각도가 약간 뒤틀린 채 가다보니 육지와 조우하게 되어 자신만의 여정을 멈추곤 한다
하지만 이내 곧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되어 다시 강물의 한 일원이 되고,
다시 그만의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도 수차례 방향을 바꿔왔다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대기업의 본사에서 일하고 싶단 생각을,
군대에서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강연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전역 후에는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수입을 갖고 싶단 생각을,
교환학생 파견시기부터는 금융인이 되어 여의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기회를 마련해두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기쁘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내가 입행하게 될 기업의 연봉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 난 나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해냈다는 점이 뿌듯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흐르는 빗물을
누구보다도 더욱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22개 기업 지원, 9개 기업 서류 탈락, 9개 기업 필기 탈락, 2개 기업 1차면접 탈락을 겪으면서
자신감에 넘쳐 자만했을 때도 있었으며,
분명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간절함이 너무 커져 무섭고 불안해했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굳이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는데,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뭐, 덕분에 어떻게 공부하면 되겠다, 어떻게 면접준비를 하면 되겠다가 아니라
"내가 꼭 잘 되서 이들에게 밥 한끼 대접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것이
내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이후 필기시험을 치던 날,
시험 시작 직전까지 계산기의 123456789를 연속으로 눌러대며 손을 풀었던게 무안할 정도로
시험치는 동안 나는 계산기에 거의 손도 까딱하지 못했다
직무지식시험을 마친 뒤 내게 주어졌던 쉬는 시간 20분은
정말이지 부끄러움으로 가득찬 내가 도망치기에 아주 넉넉한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에 밖에서 들려 온 이야기 중에
"시간이 부족해서 다 풀 수가 없었어요"
라는 말이 어찌나 얄미우면서도 부럽던지...
난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력이 없었음을 이제야 깨달았고,
의외로 내가 자만심에 가득찬 욕심쟁이었단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시험을 모두 마치고 학교에서 나오면서 경기고등학교에게 내년에 만나자는 재회의 약속을 하였다
사실 그날 시험으로 인해 목표 하나를 포기할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이후 나와 만났던 형들의 응원 때문이라도 1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필기시험을 통과했고,
1차 및 2차 면접 과정을 거치면서
분명 이 곳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내게 있던 취업의 간절함이 너무 커져버린게 아닌가 싶어 살짝 무서웠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음 면접을 준비하면서,
하나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셋째,
둘다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둘째,
그리고 둘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첫째여서
지금 내 마음은 기대감보다는 무서움이 한 발자국 더 앞서 있는 것 같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건네 준 응원이 무척 고마워서,
그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내가 너무나 작아질까봐 걱정이었기에
그것이 내가 지금 무서운 이유였었던 것 같다
다만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를 믿고, 면접 준비를 잘 해서, 면접장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다행히 최종합격 할 수 있었다.
이후 예비소집 때, 창밖을 내다보며 금융의 중심지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 때 인사팀 선배님께서 내게 왜 그리 밖을 보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내 꿈을 실현한 것 같아 너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선배님은 지금 이 마음을 부디 항상 지녀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으니 이 약속은 어떻게든 꼭 지켜내야 겠다
오늘 남기는 이 글을 가끔 내가 기업 업무에 지칠 때마다 꼭 봐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선택해준 기업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행원이 되어야겠다
이후의 과정은 한자와 나오키 2권 후기에서 작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