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시민이 2013년 펴낸 이 책은 제목에서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담론에 이어서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살다간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겻들여 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작가가 젋었을 때 써서 유명해진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비롯하여 역사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작가나름의 해석, 시민운동과 정치활동을 하며 풍부해진 경험을 고려해 봤을 때 그런 기대가 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의외로 이 책에는 역사속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동시대를 살아 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사례 자체도 기대보다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주를 이루는 내용은 삶에 대한 작가의 이런 저런 생각들과 감정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고 있으며 작가 스스로 밝히듯이 뇌과학과 의학, 생리학에서 밝혀낸 과학적 사실들을 근거로 드는 경우가 많다. 제목으로 제시된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 책을 구성하는 여러 챕터중 하나이며 다른 챕터들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삶은 망치는 헛된 생각들로 구성되어 있고 짧은 에세이 형식의 글들이 챕터 안에 모여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챕터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 자신의 태도는 분명하나 본인의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실 그리 많은 분량이 필요치 않다. 우리 대부분은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 희망하고 어느 정도 포기하고 어느 정도 만족과 실망을 껴안고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여년간 정치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고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필자의 그간 행보가 잘 반영되어 있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챕터는 그 동안 필자가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살아왔는지 이해하기 좋은 기회였다. 삶에 대한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모여 있는 이 책은 깊이 있는 울림과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작가 자신도 그런 것을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문득 문득 한번씩 떠올리는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읽기 쉽게 쓰여 있어 책을 읽는 재미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필자의 정치적 행보와 발언들의 근저에는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바탕이 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