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처음 원서로 한 번 읽고 나서 충격을 받고 다시 한번 국문판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초반부에 13개의 문제를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풀어보도록 하는데, 처음 이 문제들을 풀었을 때 정답률이 40%로도 안되는 것이었다. 세계에 대한 내 지식은 과거 8~90년대에 머물러 있고, 그 뒤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세계 유명한 석학들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조차도 정답률이 높지 않으며, 심지어 평균 정답률(16%)이 침팬지(33%) 보다도 낮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 TED의 유명한 스타강사인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이처럼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유용한 비쥬얼 자료들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10가지의 오해로 인하여 비합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10가지 오해는 다음과 같다. 1. 간극본능(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오해) 2. 부정 본능(세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오해) 3. 직선 본능(세계 인구는 단지 증가할 뿐이라는 오해) 4. 공포 본능(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보인다는 오해) 5. 크기 본능(인구를 감안한 비율로 계산하지 않고 총량으로만 계산해서 크기를 과장하는 오해) 6. 일반화 본능(세계 인구 다수가 물건을 전혀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다고 일반화하는 오해) 7. 운명 본능(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오해) 8. 단일 관점 본능(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 9. 비난 본능(왜 안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에서 발생하는 오해) 10. 다급한 본능(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다급한 본능으로 인하여 비판적 사고를 하기보다 빨리 결정하고 당장 행동하려는 성향에서 발생하는 오해) 이러한 10가지 오해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비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더 암울하게 보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 역시도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세계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호도되어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음을 지각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세계를 4단계로 구분하고 대부분의 전세계 사람들이 2단계, 3단계 구간에 살고 있음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면서 식수를 뜨러 다니고 끼니를 겨우 해결하는 1단계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는 나의 세계관을 통렬히 깨부셨다. 나의 생각과는 달리 세상은 날로 진보하고 있음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의 더 넓어졌음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이 책의 제목대로 팩트풀니스(Factfulness), 우리말로 사실충실성, 즉 팩트에 근거해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자양분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극빈층의 비율, 여성의 교육기간, 기대 수명, 세계 인구의 변동 추이, 자연재히 사망자수, 아동 예방접종 비율, 평균기온 변화 등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어 상식을 키우고 배경지식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빌 게이츠가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현상을 확대해석하거나 관점을 왜곡하지 않고 명확한 팩트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의 작업이 마무리될 무렵 췌장암을 진단 받았다고 한다. 투병생활을 하며 마지막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까지도 원고를 가지고 구급차에 탔으며 5일 뒤 사망하였다고 한다. 힘겹게 완성한 초고를 공동저자인 아들 부부가 마무리하여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우리말로 다시 읽으며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한 위대한 통계학자이자 의사인 저자 한스 로슬링의 뜨거운 인류애에 다시 한 번 감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