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테지만, 나 역시도 품고 사는 몇 개의 시가 있다ᆞ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읊은 윤동주의 서시나 자화상 같은 시는 너무도 유명하지 않은가!
시인은 조용한 목소리 나도 하늘을 우러러 한점 말 부끄럼없이 살아야 할거 같은 가르침과 부끄러움에 대해 슬며시 알려주었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이 빛나는 청춘에 만난 친구를 , 노년의 어느날에도 슬리퍼 신고 찾아가 차 한잔 할수 있게 해줄것 같은 설렘을 주었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생은 희망과 들뜬 마음으로 인생을 볼수 있게 했었다.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것,
그냥 두면 축제 같은 것이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매일 내일이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그 시절부터 감성을 깨우는 시는 불안하고 외로운 나의 청춘을 위로하고 달래주며
삶의 방향도 함께 제시 해주었으리라. 그 여리고 어리고 아프고 순수했던 시절에는 짧은 글이라도 긴 감동을 주었다.
나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시라는 것을 한동안 멀리 하고 세월에 쫒기듯 살다
책의 제목을 보고 문득 잊고 살았던 그시절의 시들이 번쩍 떠올랐다
내 청춘의 위로들이 이 엮음에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어 본 시집이다ᆞ
오랫동안 멀리해왔다는 반증인지 새롭게 읽게된 시들로 가득했지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직도 품어야 할 시들이 많았다.
엮은이 역시 뻔한 삶의 고단함에서 서로 위로 받길 원하는 마음이라고 하니 고맙다.
조용히 읊조린 몇개의 시를 옮겨본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ㆍ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역시~~!! 세상에 찌든 중년이라면 그렇지!하고 끄덕이지 않을수 없다
악마같은 밤의 시간에 속지말자!
<첫사랑 ㆍ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마디
전해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버렸다-
순수한 그 시절에 섧게 울었겠지만 지금은 슬며시 웃음지을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그 녀석이 부러울까?
101 가지나 되는 시 속에서 벗들에게 전해준 시는 역시 슬픔과 고됨 보다는 희망적인 시였다
<인생은 아름다워 ᆞ쥘 르나르>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것이다
눈이 보인다
귀가 들린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고맙다!
인생은 아름다워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ᆞ허수경>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이제는 인생의 한 중간 어느 즈음을 지나고 있을 것 같은 나에게 찌릿함과 묘한 전율을 준다ᆞ
너무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한 사랑 , 어긋난 시간과 감정들,미워하기도 사랑하기도 한 세월이지만 이미 그것으로 족한것이다ᆞ
그때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존재하였고 그래서 아팠을것이고 기뻤을것이고 슬프거나 행복하였을것이다.
지금도 나는 보고 느끼며 살고 있다는거, 그것이 실로 감사한 일이다
아름다운 미소를 슬며시 짓게 만드는 시의 바다에서 오랫동안 즐거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