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이라며 미국 대학 졸업생들에게 선물했다는 그 책, 통계학 분야 석학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과 그의 아들 올라 로스링, 며느리 안나 로슬링이 함께 썼다는 흥미있는 배경 등 이 책을 읽을 만한 계기는 충분하였으나, 정작 이 책을 고르지 못했던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이 알려주듯이 팩트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전제에 대하여 정작 나의 생활은 확증편향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이 책을 읽고 난 이 후엔 정곡에 찔린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것만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 세계 국가를 구분할 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을 자연스레 취하곤 하는데, 실제 전 세계 많은 나라 대부분은 선진국도 개발도상국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속한다.
저자는 이렇게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려는 이유는 우리의 간극 본능 때문이라 설명한다.
이런 세상을 오해하는 이유를 간극 본능을 포함하여 총 10가지의 본능(Instinct)으로 정리했다. 이 중 몇 가지만 설명하자면,
첫번째, 간극 본능(The Gap Instinct).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현실은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으며 대다수는 그 중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평균 비교를 조심해야 한다. 분산을 살펴보면 겹치는 부분이 보이고, 의외로 둘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극단 비교를 조심해야 한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상위/하위 계층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부정 본능(The Negativity Instinct)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호전되는 상황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온갖 부정적인 뉴스에만 인상을 받기 쉽다. 부정 본능을 억제하려면 나쁜 소식에 대해 “예상”해야 한다. 현 수준(나쁘다)과 변화의 방향(나아진다)을 구별해야 하며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빠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 그래서 뉴스는 거의 항상 나쁜 소식이다.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긍정적인 소식이 뉴스에 나왔을지 생각해보자. 또한 나쁜 소식이 많아졌다고 해서 고통이 더 커진 건 아니다. 세상이 더 나빠진 게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더 좋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장밋빛 과거를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유년의 경험을, 국가는 자국의 역사를 곧잘 미화한다.
세번째로 직선 본능(The Straight Line Instinct). 이 본능은 통계를 볼 때 지나온 과거의 데이터가 직선 그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추세선이 있을 때 그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나가리라 단정하지 말자. 그런 선을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 직선 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네번째로 공포 본능(The Fear Instinct)이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폭력,감금,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과대평가한다. 공포 본능을 억제하려면 위험성을 계산해야 한다.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언론에 걸러진 무서운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대상의 위험성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그것에 노출되는 정도를 합쳐 결정된다. 이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실행하기 전에 진정하라. 두려움을 느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공포가 진정될 때까지 가급적 결정을 유보해보자.
다섯번째로, 크기 본능(The Size Instinct)이다. 어떤 수치가 있을 때 그게 인상적으로 보이더라도 막상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면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비교하자. 큰 수는 항상 커 보인다. 수치가 달랑 하나만 있으면 오판하기 쉬우니 의심해야 한다. 비교하고, 어떤 수로 나눠보아야한다. 여러 항목에 대한 수치가 나열되어 있으면 그 중 가장 큰 항목들로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 몇 개가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외 세상을 오해하는 다른 이유들이 있으며, 이런 오해와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겸손과 호기심을 통해 내 세계관과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