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진보적인 지식인이자 장관과 국회의원, 진보정당의 창당 등 현실정치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필자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를 여행하고 도시의 역사, 중요한 인물들, 건축, 본인이 다닌 장소들, 음식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감상을 모아놓은 글이다. 여행기간은 대략 오일내외로 보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관광객이 많기로도 유명한 위 도시들에 대한 본격적인 여행가이드북이나 해설서, 역사책으로 보기에는 분량이나 필자의 지식에서나 많이 모자란 편이다. 물론 이는 처음부터 의도된 것으로 이 책은 가벼운 기행문 정도로 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덕목은 독자가 가보지 않은 낯선 도시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히 묘사하거나 새로운 관광지를 소개하거나 도시의 발전과 쇠퇴에 대한 치밀한 분석 등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에서 재미난 부분은 여행을 좋아하는 대부분(20~40대) 한국사람들이 한두번은 가봤을 위 도시들을 필자는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지다. 여기서 진보지식인으로 필자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마라면 고대 로마의 건축물과 바티칸시티의 예술품을, 파리라면 루브르 박물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소장품들과 낭만적인 에펠탑의 야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도시가 자랑하는 위대한 예술품과 찬란한 시기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현재 도시의 모습이 밑바탕이된 근현대의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아테네에서는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발전과 쇠퇴에서 현대 그리스의 심각한 재정적자와 정치적 혼란을 겹쳐 떠올리고, 로마에서는 근대 이탈리아 통일의 주연 같은 조연 가르발디 장군에 주목한다. 이스탄불에서는 비잔틴 제국와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번창하던 도시가 다른 문화에 배타적(필자는 터키화라고 말한다)이 됨에 따라 활력을 잃고 쇠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파리에서는 나폴레옹 3세의 파리대개조, 베르사유 궁전의 폭력적인 건설방식과 에펠탑이 상징하는 민주적인 절차와 건설방식을 대조하며 현대 파리의 모습을 찬양한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듯한 그리 길지 않은 기행문은 저자의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불의와 폭력에 대한 거부, 자신과 다른 문화와 인종에 대한 포용 등 필자 특유의 신념과 사상을 통해 투영되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유명도시들에 대해 몰랐던 사실과 새로운 해석들을 더해주며 즐거운 독서경험을 선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