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정부는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수소차를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고 발표함. 저자의 말대로 "수소전기 자동차랑 전기(배터리) 자동차랑 뭐가 더 좋은 건가? 그리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다 배터리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왜 현대차만 수소 전기자동차에 많은 투자를 하는 걸까?라는 의미의 시작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두 차량의 차이는 전기를 안에서 만드느냐(수소 자동차) 밖에서 만드느냐(전기 자동차)이고 공통점이라면 모두 전기 모터로 구성되는 전기자동차라는 것이다. 자동차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세계 최초 전기자동차는 1884년 영국 발명가 토마스 파커가 개발했으며 1891년 처음 판매된 가솔린 엔진 자동차보다 7년이나 빨리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1900년대 초 뉴욕에 등록된 차량의 50%가 전기자동차였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자동차 헨리 포드가 1908년 모델 T를대량으로 생산하였고 때마침 미국 텍사스에서 대량의 원유가 발견되어 휘발유 가격이 급락해 전기자동차도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려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로 접어들었는데 처음에는 독일의 클린 디젤과 일본의 하이브리드차의 싸움에서 2015년 디젤 게이트(배기가스 규제) 사건으로 하이브리드차가 승리를 거두었다. 최근에 2차 친환경 자동차 대전은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수소 전기자동차의 싸움으로 아직 미완의 기술이지만 현재로서는 주행거리가 짧고 출력이 낮은 도심 주행에는 배터리 전기자동차가 주행거리가 길고 높은 출력이 필요한 버스나 트럭 대형 차는 수소 자동차가 유리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방송 매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전기자동차가 대세로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배터리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려 20여 년의 연구 끝에 차세대 수소 전기자동차 넥쏘(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소 연료 전지 부품의 75%, 수소 전기 자동차 부품의 97%가 국산화 시켰다는 것에 놀랐고 새삼 현대차의 기술에 감탄했다. 요즘 일본의 보복적 수출규제(반도체 핵심 부품)를 통해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알게 되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현대차는 충분한 대비를 해 왔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수소 에너지에 대한 상식적이고 이론적인 설명. 2부는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를 개발해나가는 과정. 1부에서 수소 에너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배터리 자동차와 수소전기차의 발전과정을 설명해준다.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나같은 문송한 일반인 입장에서는 교양을 넓히고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원을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부는 20여년 간에 걸친 현대자동차 연구진들이 삽질한 이야기. 나는 2부가 재미있었다. 저자가 강연회에서 이야기 했듯이 20년간의 삽질은 다른 말로 하면 이건 하면 되고 저건 하면 안된다는 나름의 노하우 축적의 기간이다. 이런 암묵지가 기업 내에 쌓이는 거. 경험이 축적되는 거. 그것이 후발주자와의 기술격차의 실체라는 것이다. 이 책의 2부에서 수소연료전지 설계를 배우기 위해 미국 회사에 파견 나간 연구팀들이 본국에 있는 비밀 연구팀들과 몰래 자료를 전달해가면서 노하우를 쌓는 과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책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와 겹쳐진다. 과거 현대중공업 기술진들이 외국에 나가서 공장을 견학하면서 밤이 되면 숙소에 다같이 모여서 큰 종이에 그 날 본 도면들을 다 같이 그려서 함께 채워 완성해나가는 방식으로 기술전수를 해 왔었다는 이야기. 저자가 강연에서도 주장했듯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보급은 결국 에너지 효율의 문제이고 이는 한국의 에너지 현황에 따라 다르게 선택될 문제이지 둘 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해야한다. 다만, 소소에너지 로드맵이 무척 복잡하고 치밀한 일본과 달리 우연히 20여년간 내달려서 독자적인 기술체계를 구축한 수소전기차 영역 하나만 있는 한국은 많은 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에너지와 그것을 이용한 내연기관이 이제 대체되어야 한는 것은 분명하다. 단적으로 파리협약을 파기한 트럼프가 더 과격한 것인지 아니면 10년 내 화석에너지 사용을 금지시키겠다는 AOC (알렉산드리오 오카시오-코르테즈)가 더 과격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더불어 바람과 태양의 나라로 재생에너지로만 탈원전을 이루겠다는 식의 발언도 위험하다.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다 중지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전을 줄이는 걸 큰 정책방향으로 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향후 우리의 삶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여러 방법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하고, ‘당장 탈원전’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먼 미래 인류를 위한 에너지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