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평생의 과제로 삼아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 중 하나입니다. 역사라 하면 보통 인간의 역사, 그중에서도 인간이 인정하는 기록의 역사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주의 탄생과 비교한다면 터무니없는 시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죠. 더욱이 인간의 삶이 한 세기를 넘어서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역사 이전에도 우주는 이미 존재했고, 그 안에서 아주 미세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인류의 기원이 창조나 진화일지라도 시작은 우주에서 비롯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입니다. 즉 역사를 배울 때 우주 탄생의 과정을 먼저 배웠어야 한다는 사실이죠. 따라서 역사와 과학이 별 개의 학문이 아니라 하나로 시작되는 관점에서 나중에 분리되어야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역사, 과학 과목을 살펴보니 우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역사는 인류의 생존 시점에서 설명을 시작하고, 과학은 역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결국 서로 전혀 다른 학문 분류 체계를 갖추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우면서 우주의 탄생을 먼저 인식한다면 어떨까요? 가령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면 말이에요.
'우리나라의 역사는 검증된 5천 년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46억 년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구분은 우주와 인류 탄생 그리고 역사의 기록에 의해 정해졌지요. 하지만 인류는 태어나기 전부터 우주 속에서 탄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인간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주 작은 미립자로부터 우리는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죠. 따라서 인류의 역사를 알기 전에 우주의 탄생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우주의 크기는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또한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급속도로 팽창 중이며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우주가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중력이 더해져 다차원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주란 실로 어마무시한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의 미립자 행성에서 인류는 탄생했습니다. 이 또한 매우 경이로운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민국이 존재합니다. 즉 우주라는 무한대의 공간에 티끌만 한 점으로도 표시되지 않는 지구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주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지구와 인류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본 우주는 작은 어항 속의 표본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눈에 보이는 것조차 믿지 못해 오랜 시간 논쟁하기에 바빴죠. 이러한 결과로 알아낸 사실이 천동설입니다.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주위를 천체가 돌고 있다는 주장이죠. 이 같은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진 것은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비로소 인류는 지동설을 통해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태양은 우리 은하의 수천억 개 별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주장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지동설을 증명할 명확한 근거를 찾기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 수학과 과학의 발전을 이뤄냅니다. 그림자의 위치를 이용해 지구의 크기를 가늠하거나, 천체 망원경을 만들어 우주를 들여다보았죠. 이 모든 것이 서양 과학의 발전이라 말합니다. 더불어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아무런 과학의 진보가 없었을까요. 특히 천문학은 서양 과학의 전유물이었을 뿐일까요.
<하늘의 역사>의 저자는 이에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서양 과학의 발전이 있기 전, 동양에서는 천문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주축은 배달민족이었다는 사실이죠. 다만 현재까지 전해지는 기록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그마저도 과학을 터부시하는 관습으로 인해 괴멸 직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웃나라들의 역사 왜곡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주의 역사는 대부분 서양의 관점에서 기술됐다. 그러다 보니 서양 것은 과학적이고 옳은 반면 동양 것은 비과학적이고 그르다 믿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편견은 막연한 서양 사대주의를 낳고 그 결과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미친다." (2쪽)
실제로 환인, 환웅, 왕검 단군의 시대를 우리는 고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화라 치부하고 있습니다. 뉴스의 가십거리처럼 없어도 그만, 있으면 재미 삼아 읽는 정도에 그치고 말죠. 그러나 이것이 신화가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어떨까요. 모르긴 해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이에 대한 연구가 근대 이후 맥을 잃었고 심지어 식민사관까지 겹치고 나니 이젠 더 이상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당시 우리는 우주에 대해 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그 결과 다양한 이론과 실제가 존재했었죠.
"교육과정에서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 4원소를 가르치면서 동양의 태호복히 5원소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학창 시절 태극기의 원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자기 나라 국기도 모르고 살다니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태호복희 5원소는 아리스토텔레스 4원소처럼 물리적으로 우주를 구성만 하는 것이 아니고 화학적으로 상생, 상극하며 우주를 진화시킨다." (3쪽)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이해해야 합니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그렇고 인류 역사를 따져보아도 그렇습니다. 다소 무리한 요구일지는 몰라도 모든 것은 책은 읽는 독자의 몫입니다. 단지 <하늘의 역사>는 단초를 제공할 뿐입니다. 항간에는 이런 것을 '국뽕'이라는 속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대국의 기질이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합니다. 작은 반도에 머무르기엔 그릇이 꽤 크다는 생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