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접할 때면 다시 한 번 내 시야의 한계를 느낀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사람이 산다. 공부하라는 소리 별로 듣지 않고 시골초중학교를 나와 서울도 아닌 마산이라는 도시에서 가난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다녔고, 학창시절 변변한 여행조차 못해본 우물한 청개구리 시절을 보내버린 나. 그나마 책도 많이 읽지 않은 촌놈으로서의 한계. 이제서야 간간히 책을 읽으며 책과 배움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움직여주주지 않은 몸과 마음. 그냥 이대로 지나가는 걸까?
지구라는 땅위의 미지의 이웃들의 삶의 수준에 대해서 시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된 책이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지식과 단편적인 자극적인 모습에 시각이 고정되어 진실을 모르고 있다. 교육, 보건, 생활 수준, 환경 등 다양한 사회 환경에 대해 시야를 느낄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몇 가지 색다른 시야가 나를 흥미롭게 하였다. 생활단계가 발전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해가 되기는 하나,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한국의 출산율은 그래도 우려스럽다. 장년층의 증가와 늘어나는 수명으로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늘어나는 노인문제와 갈수록 줄어드는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는 우려할 만하다.
생리인구를 언급하며 보여준 저자의 시각은 참신하다. '임신을 하면 대략 2년 정도는 생리를 하지 않는다. 생리대 제조업자에게는 우울한 뉴스다. 따라서 이들은 세계적으로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해야 한다. 집 밖에서 일하는, 교육받은 여성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이런 발전은 현재 2, 3단계에 살면서 생리를 하는 여성 수십억 인구 사이에서 지난 여러 해 동안 생리대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세계적 생리대 제조업체에서 개최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나는 서양 제조업체 대부분이 이런 점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들은 4단계에서 생리를 하는 여성 3억 명에만 매몰돈 채 거기서 새로운 욕구와 새로운 고객을 찾으려 했다.' 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생리대를 후원하자는 광고가 나왔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도 생리대 메이커들에게는 수요 확대의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는 지금까지 50개국이 넘는 나라의 약 300개 가정의 생활상에 대한 사진자료를 모았다고 하고, 이를 통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국가는 달라도 소득수준이 같으면 삶이 놀랍도록 닮았고, 국가는 같아도 소득수준이 다른면 삶의 방식도 다르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가 아니라 소득이라는 점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서구화로 상징되는 많은 모습들 또한 아직 소득이 부족하여 닿지 못한 삶의 모습일까? 생각해 본다.
한 제약사의 참신한 아이디어도 소개되었다. 유니세프는 여러 제약 회사에 입찰 경쟁을 붙여 10년 동안 약을 공급받곤 했다. 계약 기간과 규모가 워낙 매력적이라 입찰자들은 아주 좋은 가격을 제시한다. 그런데 언급된 경우는 스위스 알프스의 도시 루가노에 있는 리보팜이라는 작은 가족 기업이 믿기 힘든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한다. 사실 이들이 제시한 알약 한 개당 가격은 원가보다도 낮았다. 공장시찰에 나선후 말도 안되는 가격에 대한 매니저의 설명이 이어졌다. 공장자동화로 다른 대기업의 수공업 작업장보다 빨리 작업을 할 수 있고, 헝가리로부터 원재료를 구입하는데 헝가리는 30일 외상을 주고, 유니세프는 그날부터 나흘 뒤 우리에게 대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대금이 그들의 계좌에 있는 26일 동안 이자 수익을 얻는 거라고 한다. 또 다른 획기적인 발상이다.
인도와 중국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한 인도의 관리를 통해 선진국들의 작태를 본다. 선진국의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현시점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만을 고려하여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에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으며, 그 나라 사람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빈곤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서양에서는 놀랍게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오늘날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현재 4단계 삶을 사는 나라들이 지난 50년간 배출한 것으로,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단소 배출량은 중국보다 여전히 2배 많고, 인도보다는 8배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과 아전인수격인 많은 주장들을 저자는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한 Fact로 반박하며,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읽어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