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 러시아에서 탄생한 AK47에서 파급된 세계 정치의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AK47의 성능은 간단하지만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무력화 시킬정도로 시가전에 탁월하고 미국에서 개발한 M16대비 내구성이 강력하여 제3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총기이자 혁명의 상징이 되는 과정들이 시대흐름을 따라 서술되고있다.
또한 AK47의 탄생에서부터 매년 25만 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자리잡게 된 오늘날까지 세계 주요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서 AK가 어떤 역할을 하며 그로 인해 역사 흐름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총의 창조자인 칼라시니코프는 2차세계대전에서 병사로 참전하여 독일군에 부상을 당하고 독일에 맞서 조국인 소련을 위한 돌격소총 설계하게 되었으나 노년에 그가 인생을 바쳐 노력해 개발한 AK에 대해 조국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지못하자 그 역시도 AK를 통해 상업적 돈벌이에 나서게된다. 1919년 옛 소련에서 태어난 칼라시니코프는 손쉽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돌격소총인 AK47을 1947~49년 100여차례 수정을 거쳐 탄생하게되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거대 규모의 징집군을 보유한 소련군에 안성맞춤이었던 AK47덕분에 소련군은 교본이나 훈련이 필요 없이 AK47을 이용하여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면서도 살상력을 높이며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다.
1950년대 말에 소련은 전 세계에 공산주의를 확산한다는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로 AK를 활용하고 있었다. AK는 소박한 특성 덕분에 가난한 나라의 가혹한 환경과 총기 수리 시설이 없는 현지 실정에 잘 맞았다. AK는 돈에 쪼들리는 제3세계 국가들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덕에 특히 아프리카와 동아시아에서 반군 집단이 주로 선택하는 무기가 되었다.
AK가 미국과 맞서 우월한 소총임을 증명한건 베트남 전쟁이었다. 전쟁은 종종 ‘조우전’이라는 이름의 전투로 벌어졌는데 베트남전은 밀림 정찰대가 예상치 못하게 대면해서 벌어지는 조우전에서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총알을 쏟아낼 수 있는 쪽이 승리했다. AK는 이런 점에서 미국의 M16을 앞섰고 미군 병사들은 적군 시체에서 AK를 챙겨 M16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베트남전이 남긴 교훈은 단순하고 튼튼한 무기(AK)로 무장한 결연한 병사들이 M16같이 복잡하고 정교한 무기를 가진 잘 훈련된 군대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전쟁 이후 AK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급조된 군대, 조직 폭력배, 테러리스트들에게 힘을 부여하게 되었고 이 집단들은 그 후 세계의 면모를 영원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전쟁에서 신뢰성을 얻은 AK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반제국주의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했다. 1979년 소련이 군사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려하자 이에 맞선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은 미국에 AK를 요청했다. CIA는 이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수십만 정의 AK를 주문했다. 소련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중국이 주요 공급처가 되었다. 이때의 AK는 2000년대 들어서 알카에다의 손에 들리고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
1991년에 마침내 소련이 붕괴하자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들은 소비에트가 비축한 AK 수백만 정을 팔아 현금을 모았고 이 AK는 전세계 암시장에 유통되었고 테러리스트 집단들이 암시장에서 이 총기를 사들였던 것이다. 이렇게 AK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무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고 미국과 대결하는 냉전 상황에서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제3세계 국가들에게 AK특허권을 주장하지 않고 설계도면까지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현재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AK는 약 1억정이라고 하는데 이 냉전의 파괴적 유산인 AK는 20세기 중반 이후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중동의 국지전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의 국내 범죄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반군과 테러리스트, 마약갱들까지 수많은 집단들이 AK를 이용해 위력을 펴고 있다. 한때 혁명과 해방의 상징이었지만 정작 AK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독재와 내전, 분쟁과 범죄에서였고 군인보다 더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첨단무기 제조국인 미국조차도 소말리아에서 겪은 블랙호크 격추사건을 계기로 시가지 전투에서는 AK가 두려워 지상군 파병을 꺼리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이 소총의 개발자인 칼라시니코프가 노년에 보드카사업에 참여하면서 세상에 던진 말대로 세계가 우정의 건배로 하나되길 바래본다. ”나는 이제 전쟁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보드카에만 관심이 있지요. 자리에 앉아서 우정의 건배를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가 건배를 더 많이 하고 전투를 더 적게 한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