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책은 Black Swan과 Option Volatility에 관한 책 이후 세번째로 읽는 것이었다. Option Trader로 근무하던 시절 나심 탈렙의 Option관련 서적을 처음 보았는데, 매우 전문적인 파이낸스 전공 영문서적이었으나, 문단 중간중간 그 특유의 유머러스한 비판과 세상에 대한 냉소가 나타남을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리스크의 본질에 관해 잘 설명된 블랙스완도 인상적이었고, 이번에 접한 Skin in the game도 저자의 연륜과 폭넓은 지식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Skin in the Game에서는 미시경제학과 게임이론의 매우 기본적인 문제, 즉 역선택 (adverse selection) 과 정보의 비대칭성 (asymmetry of information)에 대하여 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하며 그 해결책이 결국에는 정치인과 의사결정자들이 의사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즉 자신도 일부를 배팅하고 있어야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는 점을 설파한다. 본인의 이익이 걸려있지 않고, 책임을 적당히 지울 수 없는 구조에서는 절대로 의사결정자가 최선을 다하기 어렵고 결정이 실패로 이어지며 다수의 대중이 그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매우 기본적인 미시경제학의 의사결정에 대한 기본이론이며 실무에서는 기업이 경영인에게 스탁옵션을 부여한다던지, 경영 실패에 대하여 보너스 축소를 적절히 연동시키는 등의 기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최근 성장하는 Private equity 분야에서는 General Partner가 Limited Partners의 자금을 받아서 투자 운용을 하다가 손실이 나면 이를 General Partner가 일부 본인의 보너스에서 차감하는 조항(clawback clause)을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운용사가 자신의 피부를 자산운용에 넣고 리스크를 늘 느끼고 감지하며 리스크를 줄이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리스크 분담 또는 자기 책임의 적정한 반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이나 정부, 국제기구가 너무 많아서 오늘도 매일 뉴스에는 잘못된 의사결정과 리스크관리 실패로 인한 엄청난 악영향이 서민들에게 미치는 내용이 나온다. 정치인이나 의사결정자가 무책임한 결정을 하고 떠나버리면 그만인 상황에서 다수의 무고한 사람들과 지구, 환경, 약소국 등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며 장기간 복구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는 늘 과오를 반복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개선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위험분담과 책임 명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는 늘 지속되고 있다. 어느 역사학자의 말대로 인간의 무지함은 너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은 적절한 책임분담 메카니즘을 통해 수정되어야 하며 법규나 제도를 통해 계속 보완되어야 한다. Skin in the Game은 이 점들을 수많은 역사적 사례와 서양과 동양을 넘나드는 인문들의 예시를 통해 보여주고 많은 논제들을 증명하고 있다. 그의 담론은 지극히 경제학적인 사례나 금융시장의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중세시대의 종교문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적 사례들을 아우르며 너무나도 많은 사고의 접점을 제시한다. 그의 책을 읽으면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며 더 많은 참고서적들을 보야야 할 듯한 충동이 생겨난다. 특히 역사서, 고대 철학과 과학에 대한 많은 서적들을 저자가 탐독하고 삶에ㅓ서 직접 검증한 내용들을 본인의 저서에 제시하고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압축적인 사례의 제시와 영문서적의 압축된 문장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더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들을 제외하면 이 책은 금융기관 종사자이건 일반인이나 학생이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책은 Incerto 시리즈 중 마지만 서적으로서, 전작인 Fooled by randomness, The black swan, The bed of Procrustes, Antifragile에서 깊이 다루고 있는 부분을 건너 뛰거나 짧게 반복하고 책 마지막에 요약하는 장을 건너 뛰고 있는 점이 독해를 조금 어렵게 하는 부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