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시간이 지나서야 청춘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뜨거움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청춘의 시기에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나중에라도 후회없는 인생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춘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또 그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 기간에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의 길도 많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는 본인이 그 시기를 거치면서 이후 인생의 틀을 제공해주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죄와벌, 대위의 딸 등 소설류에서부터 맬서스의 인구론,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같은 사회과학서적들 뿐만 아니라 맹자나 사기와 같은 고전이나 다윈의 종의 기원과 같은 과학서적에서도 그는 영향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서적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책들은 한 번쯤은 지나가며 들어봤었던 제목들이거나 그 저자의 위대함으로 인해 상당히 낯익은 책들이었지만 나에게 헨리 조지라는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었고, 그가 저작한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 역시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책이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토지에 대한 공적개념이 상당 부분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물론 나의 무지때문에 그를 알지 못했던 것 뿐이고, 그의 주장에 대한 학문적 세력이 구축되고 또 연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이 가는 점이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전개해보진 못했던지라 그의 주장이 새로우면서도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그 수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생산요소, 땅. 인플레이션이 되어 모든 물가가 오르게 되면, 생산설비의 가치가 오르고, 상품의 가치가 오르고...그렇게 모든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을때 과연 땅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이며, 땅의 가치가 생산품의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재개발, 재건축과 같은 일들이 현실화되고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 되었는데, 이에 대한 현상적인 분석 외에는 근본적인 원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정말 참신하게 다가왔고 뜯어볼수록 그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라는 자산이 사유재산으로 묶여져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해서 누군가 개인에게 종속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공산권의 경제구조에서는 당연히 토지가 공공의 재산이며, 그 사용권리를 누군가에게 장기간 임대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구조에 대해서는 따져보지 않았고 단순히 공산주의니까 그런가보다라고 간편하게 생각해버렸던 것 같다. 내가 처음 들어본 사람의 책이 나에게 꽤나 설득력있는 주장을 하고 있었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던것 같다.
그리고 유한계급론을 펼친 베블린의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경제학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베블린재에 얽힌 이야기를 잘 살펴볼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부분은 지구의 이인으로 지냈던 베블린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베블린은 학문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구에 잠시 다니러 온 외계인과 같은 마음으로 지구인의 관찰자가 되었다. 누구나 가끔은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자신이 속해있지 않음을, 물리적인 소속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 엮이지 않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는데 베블린도 아마 그랬지 싶다. 어쩌면 그런 감정은 인간에 대한 지극히 극단적인 회의나 불만족, 냉소, 경멸 같은 것들이 섞여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 사람이 과연 인간이라는 껍데기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을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