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이렇게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을 읽으면서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고 인류사의 우연성에 놀랐다. 그리고 그것이 인류의 가장 큰 먹거리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본 작물인 밀과 벼외에도 대항해의 시대를 연 후추의 역할은 세계사를 바꾼 놀라운 식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와같이 수요공급원리가 작동하는 시대에는 그 귀한 식물이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질 수도 있었다. 후추를 향한 모험의 역사가 신대륙발견과 중남미의 많은 작물을 세계로 퍼뜨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감자, 토마토, 고추, 옥수수가 그곳에서 전달된 식물이다. 13가지 중에서 4가지가 중남미에서 전달되어 세계로 퍼진 것이다. 이것이 후추 확보를 위한 도전에서 시작된 감자와 토마토, 고추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난 이야기이다. 그리고 옥수수가 이제는 가장 놀라운 세계의 농산물이 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인류의 식량을 해결하는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중에 옥수수와 감자라는 것은 인류에게 축복을 선사한 신의 선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인류를 기아에서 건져낸 감자의 역할과 가장 광범위한 용도를 자랑하는 옥수수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도전가들의 정신에서 비롯된다. 물론 튤립같은 큰 사용처가 없는 식물도 인간의 탐욕의 도구로 변하면 거품경제로 연결된다는 것이 새롭다.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허영심을 부추켜서 경쟁하게 만들고 상품화 시키면 무엇이든 돈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네덜란드가 이를 통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사람들의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세계화를 선도했다는 것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기후위기의 시대에 식물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이런 튤립과 같은 투자광풍을 다시 일으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채소 중의 하나인 양파가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공장에서 인기있는 식물로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다. 이 양파가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사람들의 입맛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었다는 데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역사공부를 하면서 잘 배운 차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진시황제의 불로초의 하나로 보았던 차, 이것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미국에도 차문화가 발전하였으나 당시 지배국이었던 영국이 차에 세금을 중과하면서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커피문화의 도래를 이끌기도 하였다. 이렇게 식물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영국의 차 사랑은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에서 아편전쟁을 일으키는 무리수를 두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인간의 탐욕은 여러가지 식물과 연관이 되어있다. 특히 인간의 미각을 자극하는 사탕수수의 재배는 노예무역을 탄생시켰고 탐욕의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또한 의식주의 한 문제를 해결한 목화재배도 약하고 약했던 흑인노예무역을 광범위하게 시행하였으며 인류 역사의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인류를 목축시대에서 농경사회로 이끈 밀과 벼의 역할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고 중요하다. 식량문제를 해결한 돌연변이 밀의 발견이 이렇게 놀랍게 인류를 성장시켰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그 열매가 떨어지지 않는 그 사실이 얼마나 작은 차이이지만 식량문제 해결과 생산의 효율을 가져오는지는 당시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인류는 기아에서 거의 해방되었고 태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탄수화물을 무한정 공급받게 된 것이다. 또한 벼문화의 탄생과 그 지역이 동아시아란 것도 기후의 영향으로 가능하였고 쌀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보충할 목적으로 콩 재배가 이뤄졌다는 것에 인류의 천재성이 발견된다. 지금은 쌀보다 옥수수와 밀이 더 대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동아시의 벼와 콩 문화는 이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지혜와 삶의 방식에 존경심마져 생긴다.
앞으로 인류의 삶에 어떤 식물이 새롭게 등장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식물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처럼 그 역할은 지속될 것이며 새로운 우세종의 출현으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기초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시대를 사는 같은 생물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