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서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본 듯한 아름다운 방정식 E=mc2, 이 간단한 방정식은 수십년의 시간 동안 여러 과학자의 손을 거쳐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가장 유명한 방정식이 된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이 책 'E=mc2'에서 이 방정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를 방정식 양변의 구성요소인 E(에너지), m(질량), c(빛의 속도), 2(제곱)에 담긴 의미와 유래를 마치 추리소설처럼 하나하나 추적하여 설명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 중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에너지라는 용어가 지금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을 지나서였다. 이전의 사람들도 지직거리는 정전기, 돛을 때리는 바람 따위로 여러 가지 힘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힘들이 서로 무관하다고 생각했고 이 모든 다양한 사건들을 아우르는 에너지라는 개념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견습 제책공 출신의 '마이클 패러데이' 였다. 패러데이는 훗날 전동기의 원리가 된 시험을 통해 그 때까지 서로 별개의 힘으로 알려진 전기와 자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왔다 갔다 하는 터널이 존재하는 것을 밝혔다. 에너지의 개념이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에너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패러데이의 발견은 이 개념의 형성에 기여했다. 패러데이의 연구는 19세기 이루어진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패러데이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이 밝혀낸 에너지 변환에서는 모든 양을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었다. 측정과 계산의 결과를 보면 언제나 전체의 합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에너지는 '보존'된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보존법칙'인 것이다.
질량의 개념 또한 에너지의 개념처럼 오랫동안 불분명했다. 연구자들이 물질들 사이에 어떤 거대한 연결이 있다고 믿게 된 것은 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이 우리가 보는 모든 행성과 달과 혜성들이 신이 창조한 기계장치 속에서 서로 맞물려 있는 것처럼 돌아간다는 것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일한 문제는 이 장대한 통찰이 이 먼지 투성이 지구에서는 너무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뉴턴의 통찰이 지구에서도 적용되는지 알아내려면 다시 말해 겉보기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물질들이 사실은 치밀하게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정밀도에 대단히 민감한 사람이 필요했다. '앙투앙 로랑 라부아지에'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완전히 밀폐된 장치를 만들었고 그 장치에 여러가지 물질들을 넣어 단단히 밀봉한 다음에 열을 가하거나 실제로 태워 빨리 녹슬게 했다. 그런 다음에 녹이 슬었거나 타버린 금속의 무게를 측정했고 공기가 얼마나 줄었는지 세심하게 살폈으며 그 때마다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녹이 슨 금속은 처음보다 무거워졌지만 금속이 무거워진 만큼 정확히 공기의 무게가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물질의 양은 같은데 기체 속의 산소가 더 이상 공기 속에 들어 있지 않고 금속에 달라붙은 것이다.
라부아지에의 노력으로 '질량 보존의 법칙'이 탄생했다. 그는 우리 주위의 방대한 물리적 대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질량도 빅뱅 이후 우리 우주의 상태 변화에 관계없이 보존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까지 에너지와 질량이라는 두 개의 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에너지와 질량은 완전히 별개이며 둘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 이러한 상황에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에 주목함으로써 두 개의 영역이 서로 맞물려 있음을 밝혀냈다.
갈릴레이 이후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근사치를 측정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덴마크의 '올래 뢰머'였다. 그는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이오'의 관측 시간이 계절별로 즉 목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차이가 남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로부터 빛의 속도를 추정했다. 그가 추정한 빛의 속도는 현재의 가장 정밀한 측정값과 유사한데 그 값은 약 1,080,000,000km/h이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단지 숫자가 아닌 물리적 현상이며 질량과 에너지의 매개변수임을 실험이나 관측이 아닌 수년간의 통찰을 통해 알아냈다. 빛의 속도는 물리적 현상이며 모든 속도의 상한이 된다. 예를 들어 우주선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근접할 정도로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면 할수록 우주선의 질량이 증가한다. 에너지를 아무리 쏟아 부어도 질량이 무한대로 증가하기 때문에 결코 빛의 속도에 다다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수백년 동안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여겨졌던 질량과 에너지가 자연적으로 변환되며 이 둘을 연결하는 변환 인자가 빛의 속도임을 알아냈다.
끝으로 제곱에 대하여 살펴보자. 뉴턴은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질량에 속도를 곱한 mv1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고 이 것이 당시 주류 이론 이었다. 그러나 동 시대의 뉴턴의 경쟁자였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mv2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뉴턴의 이론이 대세론인 가운데 볼테르의 연인이자 프랑스의 여성 과학자로 알려진 '에밀리 뒤 샤를레'는 무거운 추를 진흙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통해 E=mv2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작은 놋쇠 공을 두 배 빠르게 진흙에 떨어뜨리면 진흙은 네배 더 깊이, 추를 세배 더 빠르게 떨어뜨리면 진흙은 아홉배 깊이 파였던 것이다.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이 더 효과적인 에너지의 정의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제 E=mc2이 완성되었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를 통해 집대성된 방정식이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 이전 세대의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한 결과이다. 인류는 이 방정식을 이용해 우라늄 원자의 핵분열시 나타나는 질량 차이를 에너지로 변환해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핵발전에 이용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의 태양은 수소 원자의 핵융합을 통해 지난 46억년간 빛과 열을 지구에 공급해 왔으며 지금 이 순간도 쉬지 않고 이 방정식을 가동하고 있다. 아니 저 우주의 반짝이는 모든 별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방정식은 쉬지 않고 실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