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팬이다. 최근 서거하시면서 새로이 그의 경영철학을 집대성한 '경영' 까지는 읽지 못했지만 예전에 나온 그의 저서들 예를 들면 '일심일언', '왜 일하는가' 같은 작품들은 읽어 보았다. 우연한 기회에 일심일언을 일게 되었는데 그 때 느꼈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으며, 이후에 읽은 그의 저서들도 매우 좋았다. 보통 한 사람이 비슷한 주제의 에세이를 계속 쓴다면 일단 에피소드들이 겹칠 수 밖에 없고, 다른 예피소드를 가지고 오더라도 일맥상통하는 주제나 하고자 하는 얘기들은 비슷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용이 겹친다던가 중언부언 한다고 느끼거나 심하면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을 받는 것 같다. 반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들은 에피소드들이 겹치기는 하지만 경영에 있어 오랜 기간 경험한 내용들이다 보니 많은 신선한 에피소드들을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서 그런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하고자 하는 주제에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의 결개 또는 기개로 인해 같은 얘기를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앞에 두 권에 이어 이번에 책을 읽을 때도 혹시 기시감이 너무 심하면 어떡할까 걱정이 있었지만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그것은 한갖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조직내에서 늘 갖고 있던 고민거리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 자신의 기개를 끓어 올리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서서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설명하고 내 생각대로 이끌어 가고자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볼 수 있는 걱정이다. 더군다나 경영의 신이 생각하는 리더에 대한 담론이라면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들어보고 싶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을 선택할 때 가졌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리더의 덕목에 대한 책이 아니었다. 역시 가즈오는 달랐다. 과연 이 책에 달려 있는 부재, '반세기 경영 끝에 깨달은 마음의 법칙' 오히려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오히려 나의 기대와 달라서 실망스러웠냐고? 아니다. 역시 경영의 신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서 이 책을 시작했다. '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대, 당신은 리더로서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가?' 그의 주장은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 안에 있고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에 따른 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은 리더가 품은 마음의 그릇, 크기 이상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리더의 인격과 인간성, 리더의 마음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온전히 서로에게 닿는 이타의 마음이야말로 모든 경영의 핵심이고 나아가 만물을 만물로 성립시키는 우주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주에는 만물을 행복으로 이끌어 멈추지 않고 성장시키려는 강력한 의지가 작동하는데 이 에너지가 현실은 물론 과거와 미래까지 바꾸는 힘이 있어 자연스레 그 행위자를 성공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저자에게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한 모양이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누군가 얻는 것이 있다면 누군가는 잃는 것이 있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더군다나 이익을 내는 것만이 기업의 소명인 가운데 리더의 마음수양이 대체 회사의 성장과 조직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반세기 경영을 이끈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실제로 몸소 겪고 두 눈으로 확인한 분명한 진실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동일한 논조이다.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하라. 이해득실이 아니라 순수한 도덕과 윤리에 입각해 오직 선악의 여부만을 판단의 척도로 삼는 일을 하라. 저자의 이러한 태도는 저자가 불가에 귀의했었던 적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교세라와 다이니덴덴 회장직을 물러난 후 1997년 모든 경영에서 물러나 불가에 귀의했었다. 일본 임제종에 귀의했었고 이를 통해 불교의 교리를 경영에까지 끌어들인 것이었다. 이런 그의 철학은 사실상 한편으로 생각하면 논리정연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기본 도리를 강조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철학이라면 회사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가장 좋은 구호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박은 할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내가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정당성을 띄고 있으므로 더욱 효율적으로 회사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이익과 명분, 대외적인 회사 이미지 개선까지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가 난다. 더군다나 지속가능하고 요즘 말하는 ESG트렌드에도 맞지 않은가.
모든 것은 차지하더라도, 인격수양과 회사생활 이라는 상반될 것 같지만 무시할 수 없는 두 축을 지탱할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소득은 충분하다. 하물며 매 문장 밑줄을 긋고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필사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문장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책장 한구석 다른 두 권의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들과 함께 꽂아두고 틈틈히 마음이 서운한 날 들여다 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