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뿜어 냈던 대폭발의 큰 사건이 있은 뒤 가늠할 수 없는 영겁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 코스모스에는 그 어떤 구조물도 없었다. 은하도, 행성도, 생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빛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칠흑의 심연만이 그 당시의 우주를 독차지했다. 구조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텅 빈 공간을 수소 원자들만 주인 행사를 하면서 떠돌았다. 그러다가 주위보다 밀도가 약간 높은 지역들이 눈에 띄지 않게 느린 속도로 천천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빗방울이 응결되 듯 최종 질량이 여러 개의 태양을 합친 것보다 큰 기체 덩이들이 방울 방울 생겼다. 드디어 그 덩어리들 안에서 물질 자체에 숨어 있던 모종의 에너지에 불을 댕길 수 있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제1세대의 별들이 태어나자 코스모스는 비로소 온 통 빛으로 넘쳐나게 됐다. 그 당시에는 별빛을 받아들일 행성들이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으므로 하늘의 광채를 찬탄할 생명도 없었다. 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광로는 핵융합 반응이라는 연금술의 작업장이다.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서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가 앞으로 태어나게 될 행성과 생명의 기본 모체가 됐다. 질량이 큰 별일 수록 자신이 태어나면서 간직하고 있는 수소 핵연료를 더욱 빨리 소모했다. 핵연료를 소진한 별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합성해 놓은 무거운 원소 거의 전부를 한때 자신들이 응결될 수 있었던 성간공간의 희박한 기체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렇게 무거운 원소가 가미되어 젊음의 기운이 넘치게 된 암흑 성운들에게는 빗방울이 응결되듯 제2세대의 별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질양이 너무 적은 방울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방울은 별들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성간 안개의 한 귀퉁이에서 행성의 운명을 걸었다. 그중 돌과 철로 된 하나의 작은 세계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의 원시 지구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360만 년 전 오늘날 탄자니아 북부 지역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인접한 사바나 대초원 전역이 화산재의 구름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얼마 후 재는 가라앉아 두꺼운 층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360만년이 흐른 1979년 고인류학자 메리 리키가 그 화산재의 층에서 발자국을 찾아냈다. 그녀는 이 발자국인 원인의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어쩌면 그 발자국 주인이 현재 지구인 모두의 조상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해 왔다. 탄자니아에서부터 물경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사람의 발자국이 찍혔다. 인간은 달을 보면서 늘 낙천적인 생각을 해 왔다. 낙천적 생각에서 달의 한 지역에 고요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곳은 실은 물이라고는 단 한방울도 없는 아주 건조한 평지이다. 바로 거기에 사람의 발자국이 남겨졌다. 리키가 원인의 발자국을 발견하기 꼭 10년전의 사건이었다. 그것은 지구 바깥 천체에서 나들이 할 수 있었던 최초의 사람이 남긴 발자국이다. 발자국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읽는다. 발자국에서 우리는 거리를 상상한다. 여울져 흐르는 억겹의 시간을 이제 세토막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360만년, 46억년, 그리고 150억년, 수소의 재에서 시작한 인류는 광막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지금 여기까지 걸어 왔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한 숙고할 줄 알게 됐다. 10억의 10억배의 또 10억배의 그리고 또 거기의 10배나 되는 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우주의 한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 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을 해야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을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