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노라면 늘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여기서 하는 이야기가 지금도 통하나요?" 원래라면 세상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라는 것이 있으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고전이라면 그 지혜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라고 답한다. 그러나 1972년에 쓰인 '100배 주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런 나 조차도 한번은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1960년대는 주식 투자자라면 특히 기억해야할 시기 중 하나다. 1944년 두번째 세계대전을 마무리하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국가에서 세계질서를 이끄는 나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1950년대 미국은 전후 부흥기로 불리는 역대급 강세장을 맞이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유명한 발언인 '가격은 언젠가 가치에 수렴한다. 그 이유는 미스터리지만'이 나온 시기도 이때다). 1960년대에는 세계 최강국 미국이 한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모델이 될 이상향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를 말들겠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양쪽에서 돈을 풀어댔다. 수많은 종목이 급등했고 '성장에는 끝이 없다' '장기 보유하면 결국은 승리한다'등 수많은 강세장용 격언이 진리처럼 설파되었다. 이 당시를 대표하는 50개 종목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멋진 50종목)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직후인 1970년대, 미국은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최악의 연준의장을 동시에 맞이했다. 니프티 피프티는 필티 피프티(filthy fifty)로 불렸다. 대공황의 충격을 벗어나 자신감 넘치던 새로운 세대에게 이 시기는 악몽이 되었다.
1972년 증시가 멋진 1960년대를 뒤로하고 1970년 급락했다가 전고점을 향해 반등하던 시기, 아직은 '영광의 시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섞인 믿음이 남아 있던 때다. 이때 나온 책, 심지어 '100배 주식' 운운하는 책이라고 하면, 성장주를 장기 보유하면 결국 돈을 법니다 와 같은 강세장에 편승한 얕은 내용의 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그런 책인가? 아니다.
우선 니프티 피프티에 대한 오해부터 걷어 내자. 흔히 니프티 피프티는 거품의 대명사로 꼽힌다. 50개 종목의 평균 PER이 40배가 넘어가는, 아무리 미국 시장이라 하더라도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종목들을 좋다며 매수해대던 광란의 1960년대. 그리고 이어진 주가 급락. 여기서 얻을 교훈이란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가치보다 비싸게 사면 안된다 라든가 너무 개별 종목만 보지 말고 거시경제 환경도 보아야 한다 라든가 분위기에 따라서 샀다 팔았다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등 다양하다.
니프티 피프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가 있다. 1970년대를 지난 이후까지 그 주식들을 장기 보유했다면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1960년대 광란은 정말 그저 광기이고 거품일 뿐이었을까?
제레미 시겔은 니프티 피프티의 1970년대 이후 성과를 연구했다. 1972년 12월부터 1998년 8월까지의 성과를 보면 이들 50종목의 주당 순이익 성장률은 11%로서 S&P 500의 8.0% 보다 높았다. 당시의 PER은 시장대비 상당히 높았지만 이는 미래의 큰 폭의 이익 성장을 적절히 반영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01년말까지 연구를 확장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하다. 니프티 피프티 종목들을 1972년말부터 2001년말까지 계속 보유했을 경우 수익률은 S&P 500보다 약간 뒤처지지만 거의 근접한 성과를 냈다. 종목이 고정된 포트폴리오로 30년보다 긴 기간의 성과를 검증하는 일은 의미없으니 이만하면 대답이 되었으리라 본다. 거품의 대명사를 꼽히던 성장주들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폴라로이드는 파산했지만 월마트는 1000배 상승했다.
여기에서 또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 니프티 피프티 종목들 안에서도 당시의 PER과 향후 수익률 간에 꽤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PER이 낮은 종목일수록 이후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만약 니프티 피프티 중에서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수치를 고려해 조금 더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비록 1970년대 급락을 맞았을지언정 장기 성과는 S&P500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100배 성과를 거둔 주식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업은 스스로의 의지로 성장할 수 있다. 즉 주식은 스스로의 의지로 가치가 커질 수 있는 자산이다. 진정을 다해서 고객에게, 직원에게, 사업파트너 들에게 충분한 교환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어야 미래도 그러리나는 기대를 할 수 있다. 퀄리티 있는 회사란 별다른 게 아니다. 타인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자 일상적으로 노력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와의 관계를 조율해 나가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능한 조직이라면, 미래에 복리로 주주가치를 성장시켜 나가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