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을 사전적으로 쓸모라고 정의하고 있다.
역사에 있어 쓸모를 논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는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예요.
주요 차례는
1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3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참 재미없게 역사를 배웠습니다. '어떻게 역사를 공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인가'에 집중했죠.
그래서 연도별 일어난 사건을 외우고,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을 외우고.....이런 식으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역사를 골치 아픈 암기 과목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역사의 품으로 첫발을 디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보물이 가득 쌓여 있는 그 지도를 신나게 펼쳐보기만 하면 됩니다.
역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와요. 말하자면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조금 더 살아보자고, 버텨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요. 단지 조금만 더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두렵겠지만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요. 세상도 변하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늘 지금과 같을까요?
힘든 세상에서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에서는 학교와 다른 기준이 적용되죠. 혼자 똑똑한 사람보다는 소통을 잘하고 협력을 잘하는 사람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고 성과를 내지요.
직장인도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삶의 전부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말이죠.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에 부딪힌다면 642년의 신라를 떠올려봅시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결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거예요. 가장 먼저 비전을 세워야겠죠? 위기를 극복하는 것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지 그 목표를 정해보는 겁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다른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겸손을 배우죠. 역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끔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하를 호령하던 인물이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는가 하면, 사방으로 위세를 떨치던 대제국이 한순간에 지도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하니까요. 역사에서 이런 일은 너무나 비일비재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누구나 시시때때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물론이고 순항하고 있을 때도 그렇습니다. 지금 정말 괜찮은가?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잘못된 건 없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자꾸 물어봐야 해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을까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 성향뿐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세대 갈등을 마주하고 있어요. 명절에 만난 친척 어른과 조카 사이에서도, 회사의 부장과 신입 사원 사이에서도, 지하철에서 만난 승객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아 쉽게 갈등이 생기곤 합니다.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을 강조한다면 이런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겠죠.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역사는 나 자신을 공부하고, 나아가 타인을 공부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 세사을 공부하는 일이죠.
어쩌면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세상의 관계를 잘 정립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