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날려서 다시 씁니다. 다 쓰고 임시저장을 눌렀더니 다시 로그인하라네요. 매우 당황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씁니다. 홈페이지 관리에 참고 좀 해주세요. 내가 이 책을 산 것은 제목 그대로 영국사를 한번 쭉 훑어보고 싶어서이다. 살면 살수록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강대국들의 역사를 좀 알고 싶었다. 영국은 미국 이전에 전세계를 호령했던 강대국이고, 미술이나 여행, 영화, 소설 등을 통해서 역사를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큰줄기를 제대로 훑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는 나쁘지는 않으나, 사실 그렇게 권할 만한 책은 아니다. 제대로 정리된 주제 없이 시간 순서대로, 작가의 전적인 주제 선택대로 서술되었고, 거기에 일관성이나 논리적 정합성도 부족하며, 문장도 서툴고, 문단을 통한 내용의 서술도 뒤죽박죽이다. 무엇보다, 기독교가 나오기 전 카톨릭으로 표기되어야 할 시대의 내용을 기독교로 기술하면서, 뒤에서는 카톨릭과 개신교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황당했다. 기독교는 카톨릭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미없다. 내가 재미를 느낀 것은 영국 역사 그 자체였을 뿐, 이 책은 아니다.
영국 역사를 보면서 놀란 것은 영국인들에게는 정말 다양한 민족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다. 본래 이 땅에 살고 있던 켈트족은 터키에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로마인이 지배하면서 라틴 민족의 피도 섞였을 것이고, 게르만족, 앵글로족, 바이킹이라 불렸던 데인족들이 영국을 침략하면서 그 피가 섞였다. 또한 영국 왕실의 역사는 곧 대륙 다른 나라 왕조들과의 혼인과 배신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서로서로 간의 혼인을 통해 친족관계로 얽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영국의 역사는 전세계의 역사,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의 역사와도 겹친다는 것이다. 일단 영국이 대륙과 영토 전쟁을 끊임없이 벌였고, 이후에는 인도, 아프리카, 미국 등 식민지 개척에 나서며 이 식민지 영토를 두고 다른 나라들과 또 싸웠다. 세계대전 자체가 영토 싸움 아니었던가? 그리고 영국인들에게 매우 독특한 민족정체성이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전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른 매우 자랑스러운 나라이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제 일인자로서, 지금은 비록 그 영광을 잃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그 영광을 잃지 않았다, 그러니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국 왕실의 큰 이벤트마다 전세계의 수장들이 관심을 보이거나 예방을 하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인 것 같다. 그러니 영국이 유럽연합에 합류하는 것을 끝까지 주저한 것과, 나중에 결국 브렉시트를 택한 것도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그들은 어떤 집단에 속하려면 무조건 자기들이 그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합류해야지 단순한 일원 내지는 이인자로서는 허용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자존심 때문에 지금 영국 경제는 엉망진창이지만 말이다.
영국 역사를 읽으면서 역사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2,30대 역사를 공부할 때와 지금 40대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다르다. 젊을 때 역사는 단순한 과거 이야기 내지는 암기해야 할 사실들의 집합체 정도로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내 현실 속의 문제, 나에게 영향이 끼치는 주요 이슈들의 과거 원천으로서 다가온다. 현실 속의 과거, 과거 속의 현실인 것이다. 역사를 보면 인간 사회는 힘, 권력, 사유재산을 둘러싼 서로의 서로에 대한 투쟁 그 자체이다. 종교니 철학이니 하는 것들은 그 투쟁의 명분으로 활용된다. 그나마 명분이라는 것이라도 필요로 한다는 것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아야 할까? 가진 것을 지키고자 잔인할 정도로 약한 집단을 억압하고 착취하려는 기득권과 거기에 맞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최소한의 것을 지키려고 저항하는 집단들의 싸움이 곧 역사인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고의로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착취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내가 거기에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구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 아담이 밭을 갈고 이브가 길쌈하던 시대에 그 누가 귀족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