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상단에 노출되어 있는 저자의 책을 보고 처음에는 내눈을 의심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작가의 창작물의 강한 힘을 느낄수 있었다.
일천구백구십팔년 초판을 발간한 후 현재까지 132쇄가 인쇄되었다고 한다.
그럼 엄청 유명한 작가이실텐데 난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의 존함을 처음 알게 되었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독서 편식을 지양하기 위해 세계문학전집이라던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려고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내가 처음 소설을 읽은건 태백산맥, 아리랑이었다. 구수한 전라도 욕, 난 대한민국 욕설이 그렇게 찰지고 무섭다는 것을 태백산맥 아리랑을 통해 알게되었다. 서양 욕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듯 하다. 사실 태백산맥을 읽게 된 계기는 누구보다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 속도를 높이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고 가급적이면 등장인물이만소 시대적 흐름, 시간적 흐름 등이 녹아나는 작품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조정래 작가님이 유명하기도 하고 뭔가 태백산맥이라는 제목이 주는 웅장한 가슴울림 등이 예상되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집어 들고 읽었고, 그 작품을 통해 어디 자소서에 취미는 독서입니다라고 하는게 아니라 정말 즐겨 책을 읽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현재까지도 아무리 보수적으로 카운팅해서 1년에 50권 정도의 책은 읽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말이다. 나도 모르게 작가의 말투를 따르고 있고 나도 잘 쓰지 않던 단어가 입에 달라붙고 뭔가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듯 하다
이 작품은 두 쌍둥이 자매의 전혀 다른 삶을 안진진이라는 딸의 시각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쌍둥이도 먼저 뱃속에서 나오는 순서대로 서열이 정해지는 만큼 그 서열에 따라 이 책에서는 그들의 운명도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10분 먼저 태어나 언니 대접을 받는 안진진의 어머니 !
두 쌍둥이 딸을 시집보내야겠다고 다짐한 아버지는 사진을 통한 맞선을 주선하였고,
사진을 통한 맞선 또한 10분 먼저 태어난 언니에게 비자발적 우선권이 주어졌고
그렇게 두 쌍둥이 자매는 전혀 다른 삶을 영위하게 된다.
언니는 억척스런 시장 장사꾼 ! 매일저녁 가계부와 하루 매출 실적을 체크해야만 하고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도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 신랑은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일삼는 남편은 생계에 도움을 전혀 주지 않고 참 기구하다 기구해
한편 동생은 강남 사모님 ! 창 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에도 감상적이 되기 일쑤이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생계 걱정은 커녕 돈잘버는 남편의 단조로운 삶, 심심한 삶을 걱정해야 하는 전혀 다른 장르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자매 ! 너무 대조적이라 웃프다
언니는 당일 매출을 체크하고 내일 판매전략을 수립해야하는 삶
동생은 떨어지는 낙엽에도 감상에 젖을 만한 여유로운 삶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는 두 자매, 엄마와 이모 제각각의 삶을 엄마의 딸인 안진진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안진진 또한 작품 내내 두 남자들 두고 자신의 미래에 누가 더 부합할까 끊임없이 저울질을 한다
행복, 평화, 따뜻한, 부유함, 넉넉함으로만 가득차 있고
근심따윈 끼어들틈도 없을 것만 같은 이모의 삶이지만
무미건조한 이모부의 루틴한 삶에 대한 이모의 염증
폭력 술주정뱅이 아빠를 이해하는 어머니 그리고 나 안진진
영화 대부
최민수의 터프가이 따라하기에 여념없는 동생의 조폭이 되고자 하는 갈망
극과 극인데
어디가 명이고 암인지 명백한데 말이야
소설은
강남 사모님 이모이자 엄마의 동생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마치 운수좋은 날 김첨지의 인력거가 멈추지 않던날
내리면 타고 내리면 타고 인력거 바퀴가 쉴새없이 돌아
설렁탕을 사들고 가도 먹질 못하는 아내를 보고 비통해하던 김첨지
하필 오늘은 나가지 말아달라고 하는 아내의 뜬금 없는 만류
이 모든게 모순이란 말인가
모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창과 방패의 싸움
심지어 한사람이 판다
창과 방패 각자의 장점을 외치며
못뚫을 방패가 없는 창과
못막을 창이 없는 방패의 싸움
앞뒤가 맞지 않아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명작이 이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