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넘치고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돈과 욕망의 역사를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는 본 도서는 tvN 최고 화재 교양 프로그램인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뤘던 내용 중 경제에 관한 사건들을 모아 만든 것입니다.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은 물론, 처음 만나는 의외의 사실들까지 더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프레임 밖 경제사를 보여줍니다. 중세 유럽의 최고 부자 중 하나로 르네상스 최고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메디치 가문의 실체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일본에 찾아온 경제 버블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돈과 욕망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펼쳐집니다. 특히 시간 관계상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해 역사 속 흥망성쇠의 진짜 원인부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돈과 욕망의 뒷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일은 저마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역사 속 사건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사를 좀 더 깊숙이 배운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이라도 예상하고 대비할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역사란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경제편』은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외우지 않아도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통해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역사의 이면과 경제 지식을 탐구하며, 책장을 펼치는 순간 아는 것을 넘어 경험으로 안내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역시 어떤 역사든 그저 혼자 만들어지고 혼자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돈과 경제의 역사는 권모술수, 수탈 등 비인간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며 악마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tvN<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지음)"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되는 것은 현재 우리의 경제활동, 문화는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뜻밖의 것들을 알게될때 웃음도 나오고 고대도 끄떡여 지고, 흥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메디치가문의 이야기에서는 이자놀이, 돈놀이 등 결국 돈으로 정치권력을 매수하고 권모술수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귀족이 아닌 사람들이 귀족으로 신분세탁을 하는 과정과 예술과 과학에 그들의 돈을 투자하여 이름을 알리며 끝도 없이 올라가려는 권력과 영향력에 대한 의지를 읽을수 있었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여서 금방이해가 가고 비교가 됩니다. 우리는 영국하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요? 아마도 선진국, 젠틀맨의 나라쯤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벌거벗은 영국 노예무역" 편에서는 영국이 자행한 노예무역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를 알게됩니다. 노예를 판 돈으로 설탕을 사서 재 판매해서 큰 수익을 누리거나 사탕수수농장의 험한 일에 노예들을 동원하여 돈을 버는 일들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영국이 했다는 것은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다시한번 충격적이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커피 이야기하면 우리는 브라질이나 콜롬비아정도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오스만 제국이 널리 퍼트렸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되고, 비엔나커피나 카페 등의 기원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서 널리 퍼졌으며 예멘의 커피나무와 에티오피아 관련 이야기 그리고 커피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커피의 재배를 통제할 요량으로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서 팔기도 하는 등 새롭고 재미는 커피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돈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배경과 변천 과정을 읽다보면 요즈음 벌어지는 기축통화전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역시 미국의 달러가 어떻게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그들의 힘을 유지해 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영국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와 그 "그늘"에 대한 이야기인데 노동자를 착취하는 모습은 돈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를 알수 있는 글입니다. 얼마나 돈이 없으면 편히 누울 자리도 구하지 못해서 여인숙 작은 방에 그 것도 줄에 몸을 걸치고 자야 하는 노동자들의 가슴아픈 사진을 보니, 마음마저 아프게 합니다. 이런 비참한 과정은 오늘의 노동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 그리고 패배한 중국이 내주어야 했던 상하지 조계지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날의 상하이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세계 열강의 온갖 수난과 청나라 그리고 중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민중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중국의 변화 과정을 상하이라는 투시경을 통하여 바라볼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화려한 국제도시로 변모한 상하이는 어떻게 해서 셰계 열강들의 침탈 장소가 되었고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는지 책 제목대로 벌거벗은 역사의 한 장면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이외에 이제는 식상해졌을 것 같은 석유패권 전쟁과 페트로 달러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 변화와 앙숙같은 이란과의 화해무드, 러시아와 끈끈해지는 장면 등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중동에서의 전략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가난한 이민자들과 미국으로 들어온 마피아에 대한 이야기와 마약에 대한 이야기, 중국 노동자들이 남미로 들어가서 마약이 퍼지게되는 과정 그리고 마약의 골든 트라이앵글과 골든 크레센트에서 그 무게중심이 멕시코와 콜롬비아로 넘어가는 과정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 것들과 관련해서 그들과의 전쟁은 흥미로운 역사의 한 단편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제 미국의 바로 아래서 직접 들어오는 마약은 미국의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미국은 과거의 아편 마리화나 헤로인, 코카인의 문제가 아니라 "펜타닐"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마약의 역사에서 베트남전쟁에서 진통제로 사용한 마약에 중독된 군인들이 미국으로 돌아와 마약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 등은 마약과 관련된 벌거벗은 역사 속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 도서는 알고 보면 흙수저였던 메디치 가문부터 미국이 쏘아 올린 롤러코스터에 탄 일본까지,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경제 역사의 맥과 맥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시도가 반가웠으며, 이러한 시각으로 역사의 흐름 전체를 짚지 않더라도 역사의 단편들의 어우러짐을 통해 역사에 대한 이해와 역사를 대하는 의미가 깊어진다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