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컬러의 세계>는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50여 편의 영화에 쓰인 컬러가 각 영화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영화에서 시각적인 요소는 관객들로 하여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특히 컬러는 컬러 그 자체만으로도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보았던 영화들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색채가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만큼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은연중에 컬러가 영화에 많은 영화를 주고, 그것이 관객인 나에게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스토리 자체나 청각적 요소가 아닌, 컬러의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한다는 점이 매우 새로운 시각으로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컬러의 세계>를 보면 어떠한 영화에 컬러가 의미를 더해주는 등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그러한 영향을 주기 위한 방법이 크게 네 가지 정도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흑백영화의 사후 색채화, 코닥과 후지필름, 색채이론, 컬러 텔레비전이다. 컬러감이 존재하지 않는 흑백영화의 시대에서 점차 본격적으로 영화에 컬러가 입혀지기 시작하고, 그 컬러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구조물의 명확한 구분을 넘어서 영화 곳곳에서 하나의 메세지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영화의 장면과 주요 컬러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고자 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더 와닿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기존에 본 적이 있는 익숙한 영화들을 통해 설명할 때인 것 같다. 기존에 보았던 영화이지만 가볍게 보고 지나갔던 많은 장면들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책에서 설명하는 부분을 인지하고 보는 것을 넘어서, 영화를 컬러의 관점에서 다시 본다면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왜 분홍색일까? 박하사탕에서 주인공은 왜 회색 양복을 입고 있을까? 이 영화는 왜 유독 색감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까?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때로는 한 가지의 대표적인 색이 영화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이상의 컬러가 명장면에 담겨 있기도 하다. 영화 이야기만 보아도 충분히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컬러를 통해서 컬러 속에 숨겨진 영화의 또 다른 비밀과 컬러를 통해 담고자 했던 메세지를 이해한다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책 안에는 컬러 팔레트와 각 색이 차지하는 비율까지 친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어떠한 색깔을 해당 비율에 맞춰 조합한 다음 그래픽 이미지를 만들어보면 이 영화 속 한 장면과 비슷한 느낌의 포스터나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컬러의 세계>는 세련된 컬러 배색 안내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도록의 역할도 하고, 영화 잡지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색은 단계적으로 혁명적인 발전을 이루며 그 이전 기술을 대체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각 챕터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오래된 영화부터 최근 영화까지 순서대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저자인 찰스 브라메스코는 모든 색에는 의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띠지에 있는 문구는 이 책을, 비주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컬러 교양서로서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를 할 때의 한 가지 기쁨은 단순한 정보를 깨닫는 일보다는 어떠한 것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이다. 이 책 또한 단순히 영화와 컬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시각과 이를 통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상깊었다. 나아가 영화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러한 시각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저 식물은 왜 저런 색깔을 가졌을까? 저런 색깔은 정확하게 어떤 색깔일까? 색이 기쁨이자 에너지이고 삶 그 자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도 새로운 기쁨과 에너지, 그리고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