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은 ‘모마에 가면 반드시 봐야 할 대표 작품들’을 미국 현지의 그림 해설가가 직접 엄선해 친절히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까지 약 1,700여 회 도슨트를 진행한 전문 그림 해설가로, 관람객들이 그림을 통해 예술이 주는 기쁨과 위안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해설을 진행한다고 한다. 한 해 평균 약 300만 명, 전 세계 56개국에서 찾는 모마 미술관에서 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들을 16편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모마 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은 진취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 후원자 릴리 블리스, 메리 설리번, 애비 록펠러가 뜻을 모아 미술품 수집과 미술관 건립을 진행해 만들어진 “뉴욕 현대 미술관”이다. 한 번쯤 꼭 방문해보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다. 과거의 작품에만 관심을 쏟는 당시의 유명 미술관과 달리 현대의 작품에 눈길을 주며 여러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고 새롭게 큐레이팅했다고 한다. 미국 대공황의 시작이었던 ‘검은 화요일’이 열흘 전이었지만, 큰 우려와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모마 미술관은 2004년, 2019년에 확장과 리뉴얼 공사를 거쳐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모마가 수집한 근현대 미술 작품은 약 20만 점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모마의 대표 컬렉션으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1889)과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 외에도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저자는 다양한 미술관 등에서 여러 미술 작품을 만나지만 여전히 작품 감상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그들에게 작품 감상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미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거나 크게 배경지식이 없었던 사람이어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마 미술관의 대표작들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은 단순히 작품의 존재 정도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사실 현대미술은 깊은 이해와 공부가 없으면 폄하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난해하고 복잡한 현대 미술 앞에서 ‘내가 아는 작품’과 ‘내가 모르는 작품’으로 구분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은 작품 앞에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모마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 배경이나 작품이 미술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대략적인 판매가를 알려주기도 해서 현실적인 궁금한도 채워준다.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미술관에 마치 간 것처럼 생생하게 작품 설명을 해주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몇 가지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먼저 모네의 <수련>에는 관람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른다고 한다. 그리고 가깝게 감상할 때와 멀리 떨어져서 감상할 떄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인상주의라는 화풍은 모네의 작품명에서 나온 것으로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버리고 빛에 따라서 보이는 대로 순간의 인상을 담아 작품을 그렸다는 의미다.
마그리트의 <골콩드>는 하늘에서 모자를 쓴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오는 듯한 작품이다. 일상에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표현하는 것이 바로 초현실주의 화풍이다. 마그리트는 눈에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프리다는 교통사고로 온 몸에 성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워서라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부러진 척추>에서 온몸의 나사못과 눈물이 프리다의 고통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는 바람기가 많은 남편과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기도 했다. 마돈나가 프리다의 작품을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이중섭은 한국인 최초로 모마에 작품이 전시된 화가라고 한다. 통조림 수프 캔 하나가 미술계를 흔들어 놓기도 하고, 미술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나오기도 하는 등 그림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인상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사실주의, 추상주의, 팝아트까지 미술사 전체의 흐름을 자연스럽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기 떄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