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자신들이 바라는 미래를 상상하곤 한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아마 모두가 행복하고 가난과 전쟁과 병이 없는 세상이 아닐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이런 가정이 현실이 되었을 때, 과연 우리가 정말 행복할지, 생각만큼 세상이 아름다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속 배경은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다. 인공 부화기를 통해 출산하고 각자의 일과 삶의 행동 양식과 그로 인한 계급이 태생부터 정해진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두 철저히 세뇌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더군다나 출산, 노화, 병으로 인한 고통, 전쟁 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촉감 영화, 소마, 자유로운 성관계로 끊임없이 쾌락을 주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다 행복하다고 느낀다. 책은 이런 멋진 신세계 속에 사는 존, 버나드, 헬름 홀츠, 몬드까지 네 인물을 통해 각 인물들이 신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러한 삶은 어떤지 묻는 것 같다.
버나드는 이상적인 사회에 의문을 품는 인물이다.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각성을 한 후 세상을 변혁시키는 이야기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버나드는 의문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는 인물이다. 그는 '멋진 신세계'에서 가장 좋은 ‘알파 플러스 계급’이지만 외모 때문에 같은 계급의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계속 사회에 대한 의문과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강한 열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기회로 신세계의 삶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원주민인 '존'을 만난다. 버나드는 존을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기보단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그를 같은 알파 플러스들에게 동물처럼 소개함으로 주목을 끄는데 이용한다. 그때부터 그는 급격히 추락한다. 그가 만약 존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각성했다면 주인공은 존이 아니라 버나드가 되었을 것이다. 허나 그는 자만심과 콤플렉스 때문에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비굴하게 구는 소인배가 된다.
존은 '멋진 신세계'라고 불리는 세계에 속해 있지 않은 인물로 다른 세명과 달리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신세계의 구성원이었던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배우며 '신세계'와 자신이 생활하는 '원시생활' 두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의문을 품는다. 그 와중에 버나드 만나 '신세계'로 넘어오는데 '신세계'에 적응하기도 전에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통제된 사회와 통제된 행복에 불만을 품고 '신세계'에 혐오감을 느끼며 자유를 외친다.
헬름홀츠와 몬드도 앞선 이들과 똑같이 '신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무스타파 몬드는 신세계의 통제관이다. 그는 신세계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지만 규칙을 지키기 위해 순응하고 유지하려 노력 한다.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행복감을 느끼는 철저히 통제된 사회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철저한 통제가 필수 적인데 그 역할을 하는게 무스타파 몬드다.
모든 것을 유지해야하는 역할임에도 몬드는 중간중간 '신세계'에서 추구하는 통제된 삶과 행복에 의문을 품는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의식을 강화하고 무언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옳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저 생각일 뿐 그는 체제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의식을 고취하려 하면 섬으로 유배시켜버린다.
헬름홀츠는 버나드의 친구로 후에 존과 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는데 '신세계'에 무언가 의문을 품고 무언가 각성을 이루려는 찰나에 신세계를 통제하는 이들에 의해 추방당하는 인물이다.
책은 신세계에 대한 의문을 가진 네 인물이 뒤엉켜 신세계의 붕괴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스모킹건을 발사할 것 처럼 흘러가다 주인공인 존이 자살함으로 '신세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끝난다. 헬름홀츠와 버나드는 그대로 살아갈 것이고, 몬드는 계속 통제관으로써 역할을 하면서 '신세계'를 지킬 것이다. 작품은 씁쓸한 결말로 끝이 나지만 이들의 의문이 비단 수 많은 구성원 중 이 네 사람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결국 훗날에는 무언가 변화하진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작중의 세계는 노화, 병, 출산, 다툼, 굶주림 등의 모든 고통은 없는 사회다. 심지어 사람들이 어떤 분야나 일에서 발휘하고 싶어하는 열정도 호르몬 작용을 통해 해소시켜준다. 쾌락은 도처에 깔렸고 사색이나 고민이 들기 전에 소마를 통해 이를 해치운다. 의문이나 창의성을 발휘하지도 하려 하지도 않는다. 평소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이라는 것이 작중의 세계관과 같지 않을까. 노화가 없고 병으로 고통받을 일도 없으며 가족이나 회사 혹은 어떠한 관계에 얽매이지도 않고 다툼과 굶주림에 대한 걱정도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이런 세상이 당장에 도래하리라고는 상상되지 않지만 이런 세상이 온다면 '신세계' 일까?
예전에 얼핏 유럽의 어느 국가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생 일정 수준의 돈과 집, 건강 편의를 제공할 때 사람은 어떠한 행보를 보이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멋진 신세계'와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저런 환경이 주어졌을 때 과연 사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참 궁금하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실험에 대한 결과나 내용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실험이 중단되거나 계속 진행 중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