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과 얼개는 스릴러 소설이나 추리소설의 확실한 증거를 표현하고 스토리의 긴장감을 강화 내지 완화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아마도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주요 특징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소설이 갖는 핵심 특징을 아래 3가지로 구분해 보겠다.
첫째 이 소설의 스토리 전개만을 놓고 볼 때 캐릭터들의 구도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이다. 즉 초보적인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도이다. 핵심 화자인 ‘나(최서원)’를 중심으로 나의 아버지(최현수)와 최현수로 인해 죽은 그녀(오세령)의 아버지(오영세)간의 갈등이 사건의 핵심이다. 여기에 소설쟁이(안승환)가 끼어들어 살인사건에서 파생되고 야기되는 여러 사건들을 소설화한다. 물론 최현수와 오영세의 성장배경이나 심리적 배경들은 소설의 주인공답게 독자의 호기심을 살 만큼 비범하고 특색이 있다. 장편소설의 주인공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인물이 아니어야 한다는 공식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셈이다
잠시 스포일러가 되어보면, 화자인 ‘나’가 열두 살이던 때 최현수는 세령댐 인근에서 사고로 당시 열두 살이던 오세령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 당시 호수바닥에 있는 옛 세령마을 탐지 중이던 안승환이 이 사고 광경은 목격하지 못했지만 호수에 빠진 세령의 시체를 목격한다. 오영세는 그전에 자기가 폭력을 휘둘러 이를 못 견디고 도망친 오세령을 찾아 나섰으나 찾지 못하다가 구조대들이 호수를 뒤져 시체를 찾아낸다. 복수를 꿈꾸는 오영세의 단독 수사와 경찰의 수사망은 점차 범인인 최현수에게 다가오고, 오영세는 선수를 쳐서 최현수를 방재실에 감금한 후 댐 수문을 잠구어 최서원을 익사시키려고 하고 최현수로 하여금 이 장면을 CCTV화면을 통해 보도록 한다. 최현수는 어지어찌 감금상태를 탈출하고 호수물을 방류시켜 저지대마을과 댐관리단을 몰살시킨다. 당시 사건으로 최서원의 어머니 강은주도 죽었고 오영세는 살았음에도 죽은 것으로 분류되었다. 최현수는 그 모든 사람을 살해한 연쇄살인자로 검거되었다. 최현수는 사형선고를 받고 7년이 흐른다. 세월은 흘렀지만 오영세의 복수극은 멈추지 않는다. 최현수의 사형이 집행된 직후 최서원을 죽일 참이었으나 최서원과 안승환이 지혜를 모아 오히려 오영세가 경찰에 검거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최현수의 장례식을 치른다.
둘째 <7년간의 밤>이라는 이 소설의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소설을 전개하고 있는 시점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소설에서의 7년은 사고가 발생한 2004년 늦여름과 사형이 집행된 2011년 겨울을 거스르지만, 때론 각 캐릭터의 앞선 과거에 시점이 머물기도 한다. 즉, 캐릭터들의 의식의 흐름을 쫓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동일성 추구는 이 소설에서 채택한 중요한 스토리 전개방식이다. 최현수의 경우를 보자. 아들 최서원과 오영제의 딸이 12세라는 동일성에 맞추어 최현수가 12세였던 때 수수벌판의 우물에서 아버지 최상사가 빠져죽는 장면을 이야기 여러 곳에 등장시킨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최현수의 현재시점 심리상태의 동일성을 맞추어 설명한다. 최상사가 월남에서 왼손을 잃고 돌아와 술주정뱅이로 살아가는 장면과 술에 취하면 고무로 된 왼 손을 빙빙 돌리는 장면에서 최현수 왼손에 마비가 오는 용팔이 현상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어떻든 이 책에서 묘사한 이러한 시점 다변화는 캐릭터들 마다의 동일한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다자적 화점에서 전개된다는 점이다. 스토리를 설명하는 일은 1인칭 관점에서 ‘나’가 주이지만, 3인칭 관점에서 최현수와 오영세, 그리고 나의 보호자인 ‘아저씨’ 안승환의 주관적 심리를 소설 속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설명한다. 그 밖에 최현수의 아내인 강은주와 이혼소송에서 승소한 오영세의 아내인 문하영의 심리묘사 또한 동일하다. 즉 소설가는 안승환이고 최현수의 심리는 교도소 면회를 통해서, 대립각에 있는 오영세의 심리는 취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아내였던 문하영의 대리 심리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어떤 행위에 대한 심리적 당위성을 확보하고 퍼즐의 정답을 찾아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마지막 퍼즐인 강은주의 죽음에 대한 답도 이러한 장치를 통해 7년 만에 해결되면서 장편소설 <7년의 밤>은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