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우리의 삶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고찰.
해리포터를 내 기억 속에서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책 속의 이야기보다는 어릴 적에 비디오 테이프로 봤던 영화 속의 장면들이다. 그렇게 비디오 테이프로 시작한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정주행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설의 진도와 영화의 진도가 한참이나 차이나게 되었다. 영화의 다음편이 개봉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던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독서가 시작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편은 이 편은 아니긴 하다. 익스펙토 페트로눔이라는 '패트로누스' 마법이 등장하는 아즈카반의 죄수(3편), 컨텐츠가 많이 등장하는 불의 잔(4편)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스토리의 초석을 다진 시작점인 마법사의 돌이 재미 측면에서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밀리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어쨌거나 첫단추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독자나 해리포터 팬은 단연코 없으리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도, 무언가 새로운 활동을 할 때도, 직장생활에서도 초석이 중요하지 않은가? 무언가를 시작하는 첫 번째의 경험은 신기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혹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불쾌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곤 한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쓰여진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때는 이미 시간이 지나 과거가 되었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는 과거의 발자취를 보며 실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잘 해낸 부분은 또 한 번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내 강점과 장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여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1편부터 7편까지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주며 나와 함께 성장해 온 해리포터라는 인물이, 1편의 순진무구한 나이대에서 얼마나 용기 있는 모습과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지 이번 독서를 통해 다시금 상기하는 계기를 맞이하여 어린 시절의 향수에서 나오는 벅차오름 뿐만 아니라, 무미건조하게 목표 의식 없이 흘러가고 있는 내 현실에서의 삶에 다시 한번 자극을 주는 느낌을 맛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리포터는 기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마법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고, 많은 이들이 그를 은인으로 생각하기도, 혹은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에게 미움을 사는 '유명세'에 의한 곤혹을 치르는 인물이었다. 해리포터가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유명세에 취해서 못난 인간이 되었을 수도 있고,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도망치는 평범한 선택을 반복하다가 결국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빌런 볼드모트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평범한 결말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답게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용기, 차분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비록 그가 천재적인 마법 실력을 타고나지는 못했을지라도, 실전 상황에서의 상황 판단만큼은 베테랑만큼의 차분함과 용기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최선의 선택지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런 자질은 우리의 인생에서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인생은 영화가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언제나 극적인 상황 속에서, 극적인 요소를 통해 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해나가고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지 않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인 상황을 맞이하여 극적으로 이를 해결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스토리는 여기서 막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 이야기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해서 살아 숨쉬고, 극적이지 않은 삶의 다양한 난관들에 맞이하며, 극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항상 작은 전쟁을 치르는 삶을 이어나간다.
나는 항상 평범함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평범한 삶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삶이라는 것을 알기에,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화려한 장면들은 어릴 적 추억 속에 묻어두고, 그 세계에서 평범한 자질을 바탕으로 특별하게 살아가는 해리포터의 삶의 태도를 배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