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매일같이 돈을 다루고 있는 은행에 재직하고 있는 나에게도 돈에 대하여 무심, 무지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저자는 돈 문제는 재무 관리가 아닌 역사와 심리학을 통해 이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금리 등 경제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 불안정성, 낙관주의의 역사를 연구하여야 하고, 진정한 부를 이해하고 얻고 싶다면 인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돈 관리를 잘하는 것은 개인이 얼마나 똑똑한 지와는 상관없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천재라 해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쉽게 파산할 수 있고, 아무런 금융교육을 받지 못한 보통 사람도 몇 가지 행동요령을 통하여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돈의 기술적인 측면보다 소프트한 스킬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 중 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파트를 공감하였다. 이 부분을 별도로 복사하여 추석에 지인들에게 읽어주고, 아이들에게는 복사물을 주고 꼭 읽어보라고 했을 정도이다. 나치 독일에서 탈출하여 미국에 정착한 하인츠 베르그륀은 문학을 전공한 평범한 청년에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미술상이 되었는데 그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양의 미술품을 모았기에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아마 그가 평생 모은 작품의 99퍼센트는 거의 아무 가치 없는 것이었지만 나머지 1퍼센트가 피카소와 같은 작품이라면 그것은 확실한 재테크였다는 것이다. 애니메인션 증기선 원리를 통해 유명세를 떨친 월트 디즈니는 1930년대 중반까지 400편이 넘는 만화 영화를 제작하였는데 대부분 분량이 짧았고, 관객의 사랑을 받았으나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1938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작품을 통해 요즘 말로 대박을 쳤다.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50 곳을 투자했다면 절반은 실패하고 한두 개가 대박이 나서 펀드 수익률이 100퍼센트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나 투자, 금융에서 꼬리가 모든 것을 좌우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잘못되고, 망가지고, 실패하고 추락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최고타자의 타율이 4할이면 경이적인 기록인데 이는 10번 타석에 들어서 4번 안타를 치고 6번은 아웃 당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아무리 천재적인 코미디언 조차도 매번 공연에서 웃기게 할 수는 없다. 먼저 조그마한 클럽에서 자신의 소재를 테스트해보고 이후 큰 공연에서 써먹는 것이다. 항상 해가 뜰 수는 없고 흐린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이 있음을 인지하여야 하는데 우리는 맑은 날 만을 기대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또한 다소 고리타분할 수 있는 저축에 관한 파트도 무척이나 공감하였다. 돈이 많다는 의미는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의미이고,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은 불운이 던지는 대로 무엇이든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소득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저축을 하는 사람과 자신이 저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부가 소득이나 투자수익률과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부라는 것은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난 후 남은 것이 축적된 것에 불과하다. 소득이 높지 않아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저축을 하지 않는다면 부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이다. 저축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겸손을 늘리는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주장 같았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를 하는 것은 자기 자존심의 반영이며 내가 돈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저축은 돈을 덜 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욕망을 줄이면 돈을 덜 쓸 수도 있는데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신경을 덜 쓰면 욕망도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저축을 하는 이유는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하거나 집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저축을 하게 되면 상황에 휘둘려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을 수 있을 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고 싶을 때, 예고 없이 찾아온 황금 같은 투자 기회를 잡고 싶을 때 단순히 실행하고 있었던 저축이 우리의 인생을 구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의 통념과는 전혀 다른 부의 의미를 접하고 크게 충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앞으로 돈에 대한 나의 인식과 자세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