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도쿄 지요다구에서 태어난 이시바는 이듬해 부친 이시바 지로(1908~1981)가 일본 서남부 돗토리현 지사로 당선되면서 줄곧 돗토리에서 자랐다. 1979년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후 은행원으로 일했고, 부친이 별세한 1981년 아버지를 이어 정계에 입문했다. 1986년 중의원(일본 하원) 선거에서 당시 최연소인 29세로 당선된 이후 내리 12선을 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시절 방위청 장관으로 입각했다.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한 2007년엔 방위상(국방부 장관격)으로 임명됐다. 이후 아소 다로, 아베 신조 등 자민당 내각에서 농림수산·지방창생담당상 등 각료를 두루 거쳤다.
강경 보수가 득세해온 자민당에서 온건한 정치 성향을 가진 편으로 평가받는다. 아베·아소·기사다 같은 대표적인 ‘정치 명문가’ 출신이 아닌 데다, 이들과 때때로 대립해 비주류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 강경 우파의 맹우(盟友)라는 아소와 아베를 줄곧 견제했으며 2009년엔 아소 당시 총리에게 직접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발(發) 경제 침체로 내각 지지율이 추락하자, 총리에게 책임을 지라고 비판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연루됐던 ‘사학(私學) 스캔들’을 두고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했다.
‘안보 오타쿠(골수 마니아)’로 불리는 이시바는 일본 정계에서 손꼽히는 ‘안보통’이다. 취미 역시 전투기·군함 장난감 조립이라고 한다. 방위청 장관 시절에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이틀 동안 밤을 새우며 러시아 항공모함 모형을 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시바의 지론은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창설이다. 아시아에도 나토와 같이 한 회원국이 공격당하면 전체 국가가 자동 대응하도록 설계된 집단방위 체제를 만들자고 그는 주장한다. 이시바는 이날 “집단 안전 보장의 핵심은 각 나라가 의무를 지는 것”이라며 “일·미 조약, 미·한 조약, 미·필리핀 조약 등이 이미 있기에 ‘쿼드’의 연장선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의 안보 협의체다. 그는 “지역의 평화를 어떻게 만들지, 일본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정책은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기시다의 노선을 계승할 전망이다. 그는 “20년간 경제성장률이 정체된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새 정권도) 물가 인상을 넘는 임금 상승을 실현해 ‘새로운 자본주의’를 더욱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모리 오가이 등 일본 근현대 소설가의 작품·만화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애독가로도 유명하다. 애독서로는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소설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 ‘산시로(三四郎·1908년 출간)’를 꼽는다.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책을 산(山)처럼 쌓아놓고 파묻혀 읽는 편이다. “총리가 된 뒤엔 ‘공부 안 해서 잘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편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사람’(아사히신문)이란 평가도 있다. 이시바는 호텔 바에서 ‘카레라이스 시킬 수 있나요’라고 묻는 등, 분위기를 열심히 살펴 행동하는 일본인의 눈으론 이해 못 할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술은 좋아하지만 술자리는 싫어해 피하는 편이다. 2022년부터 ‘라멘(라면) 문화 진흥을 목표로 하는 의원 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이시바는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다카이치에 비해 한일 관계 측면에서 안정적 관계를 유지할 총리가 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A급(주요)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도 참배하지 않는다.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겠다”며 보수층에 호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9년 아베 당시 총리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대(對)한국 경제 제재를 할 때 그는 “지역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과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2019년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파기’ 사태 땐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썼다. 2020년 재일 교포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조선반도(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출간하자, 이를 추천 도서로 꼽았다. 다만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자민당 개헌안엔 동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