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는 도발적인 제목 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훨씬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 문제적 작품이다. 저자인 김동현 기자는 미국 국영 방송인 미국의 소리 (VOA ; Voice of America)에서 2019년 부터 4년 여간 미국 국방부 (펜타곤) 담당 취재기자로 재직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인도 태평양 전략 등을 취재하면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특별보좌관 등 미국의 전현직 관리,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브루스 배넷 박사등 민간 전문가와 둬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워싱턴 DC에서 일하기 전에는 국내 방송국 기자로서 7년간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등을 취재했다. 2018년 신가포르 북 미 정상회담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고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 현장팀장을 맡기도 했다.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국제 교양학부를 졸업하고, 한국개발연구원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를,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에서 언론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국방안보대학원에서 국박전략학 과정을 수료했다. 저자의 약력을 길게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의 이력이 새삼 궁금해져 다시 한번 살펴 보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동안 우리나라 저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관점이었고 이를 통해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연발 할 수 있었다. 결국 '미국통'인 한국인이 미국 심장부에서 일하며 미국 시각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내용을 설명하는 경우가 과거에 없었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이 책이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저자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고, 여러나라가 연결된 역학관계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 의견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도 바람직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까지 우리나라에서 전혀 제기 되지 않았던 정반대의 시각에서 바라본 의견이 정리가 되어 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우리나라 외교 엘리트들에게 큰 도움이 될것이라 기대되며 다행이라고 생각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한반도 천동설', '발사의 왼편 (Left of Launch)', '부담 분담 (Burden Sharing)' 등 논쟁적인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외교 안보 엘리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반도 천동설은 북한에 대한 관심에 매몰되어 글로벌 이슈, 심지어 중국관련 이슈에도 둔감하고 무관심한 우리나라 외교관료와 언론에 대하여 비판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였고 해외에서는 특히 미국에서는 그러한 국력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니 우리의 성취를 되돌아보며 수고한 서로를 격려하고 떄로는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는 모습은 매우 익숙하지만, 그에 걸맞은 우리의 책임감에 대하여 논의하는 모습은 접하기 힘들었다. OECD 가입국, GDP 세계 몇위, 무역규모 세계 몇위 등의 각종 숫자를 바라볼떄, 해외 파병 규모 순위, 해외 원조 순위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은 글로 써 놓으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 '좌파는 불신하고 우파는 과신하는 미국의 참모습'이라거나 '지금까지는 믿었지만 이제는 버려야 할 우리의 오해와 착각'과 도 같은 표지의 문구들은 대부분의 책과 같은 자극적 선전 문구라고 생각했으나, 책을 다 읽고 나니 되려 너무 믿믿하고 담백한 소개 표현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책 읽기를 마치고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문득 섬뜩한 생각이 떠오른다. 서두에서 저자의 이력을 길게 소개한 바와 같이,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공부했으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만일 김동현 기자와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그리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책을 써서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에게 본인의 경험을 전달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하는 아찔한 느낌이다. 언제까지나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한두명의 탁월한 인재에게 의지하는 천수답형 국가 시스템이 계속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