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지역적, 제도적, 분산적 신뢰의 단계를 거쳐 이동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뢰는 이동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알리바바의 기업공개에서 마윈 회장은 1분에 신뢰라는 단어를 여덟번 반복할 정도로 그의 비지니스 철학의 근간임을 공표했습니다. 신뢰란 기대에 대한 확신이라고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이 정의 내렸습니다. 신뢰란 주어진 상황이 얼마나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하느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어른이 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희망이 줄고 걱정이 많아지면서 문제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원거리 무역중개를 할 때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정보비대칭의 상황에서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서신교환을 자주하여 문제가 있는 거래처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사기꾼에게 망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속을 일이 적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신뢰가 쌓이다 보니 눈앞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를 공유하는 신뢰하는 거래처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책임이라는 단순한 장치를 만듦으로해서 신뢰도약을 이끌고나면 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인체실험이 자행되었던 일화가 있습니다. 아메리카계 미국인의 비중이 높고 문맹비중이 높았던 곳에서 척추에 요추천자를 꽂아 골수를 빼내고 매일 피를 뽑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면 해부를 하였습니다. 그 곳은 매독발병률이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짜 점심만 주면 이런 임상실험에 동원되었습니다. 무료 점심, 무료 교통편, 무료 장례식이 제공된 편의의 전부였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매독의 장기적인 증상을 관찰하고 사망한 경우 미치는 영향을 해부를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독이 걸려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이 알려진 이후 흑인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불신의 결과가 픅인 남성들의 기대수명을 1.4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사망원이 중 고혈압이 주요 원인이었는데 이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엘리트집단(의사)와 권력집단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인 것입니다.
제도란 인간사회를 이루는 배경의 구조입니다. 제도에 대한 신뢰는 스캔들에 의해 단단해지거나 허물어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은폐가 가능했겠지만 정보화사회에서 발각되고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은 회복을 어렵게 만듭니다. 은행, 정부, 언론, 종교, 엘리트집단에 대한 불신은 뿌리깊은 현상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군대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밀레니엄세대의 경우 가장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제도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규칙을 어긴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지위상실, 벌금 등의 처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제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사회 지도층이 범법을 저지르고 이를 빠져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닥을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사건은 크고 작게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발각만 되지 않으면 내부거래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등이 나오고 있는 게 그 결과입니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그 기초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상실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SNS의 영향으로 동종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접하는 뉴스는 본인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접하는 기회를 줄이기 때문에 불신에 대한 믿음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와 같은 성형을 가진 사람의 정보를 가장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엘리트집단에 대한 불신으로 전문가보다는 보통사람의 의견을 더 믿게 되는 것입니다. 2008년 경제 위기에서 전문가들의 말은 신뢰를 받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의견에 귀를 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분산적 신뢰의 시대입니다.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새로운 제도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제 새로운 제도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거대 네크워크로 신뢰가 분산하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분산된 신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