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작성을 위해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로그인을 하니 첫 화면에 모건 하우절의 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이 보인다. 불과 한두달 전에 나도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보는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의 글솜씨와 좋은 예시들로 내 머릿속 어딘가 편재되어 있던 잡지식들을 하나로 정리하며 금새 한 권을 읽어버렸다.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기에 고민없이 새 책을 구입했다. 이 책 '불변의 법칙'이다.
나는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솔로 무대를 매우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바로 그 첫 무대에서 그가 가장 오랫동안 준비한, 그만의 개성이 넘치는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무대가, 많은 대중에게 보이는 그의 노래 중 가장 오래 준비한 무대일 것이다. 프로의 길에 들어서게되면 쉬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자기 마음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원히트 원더의 가수들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커리어가 쌓이면서 쭉쭉 뻗어나가는 재능의 소유자까지는 아니지만, 오래오래 준비한 어떤 아마추어가 감사하게도 좋은 곡을 만나 때마침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첫 앨범을 성공리에 알리게 되는 것이다. 이후에는 그 운이 시들지만 말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도 마찬가지.
그리고 모건 하우절이란 작가와 이 책, 불변의 법칙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이름난 블로거인 저자는 그간의 좋은 글들을 오래오래 모아 돈의 심리학을 집필했고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다. 이후 3년의 시간 동안 그는 단순히 책을 내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베스트셀러를 내고자 칼을 갈았던 것 같다.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려하기 보다 오히려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집중하자는 주제로 23가지 아이디어를 모았다. 말 그대로 모았다. 한 페이지에 한개 이상의 예시가 등장한다. 누가 말했다, 누구는 이런 사람이었다, xx년 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수많은 예시의 짜깁기로 정리한 가벼운 아이디어 23개가 책 한권을 이룬다.
예시 모음집이라 책장은 정말 잘 넘어간다. 그런데 읽다가 계속, 이 챕터의 제목이 뭐였는지 계속 다시 찾아보는 일이 잦았다. 어떤 잡지의 부편집장은 '불변의 법칙, 이 한권에 거대한 도서관의 지혜가 담겨 있다.'라는 서평을 적었는데 실로 그렇다. 거대한 도서관의 좋은 책들을 쏙쏙 빼서 늘어 놓았다.
첫번째 챕터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의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무력할 정도로 당연한 내용이다.
두번째는 리스크에 대해 설명한다. 테일에 걸쳐 있는 이벤트들이 발생할 때의 놀라운 파괴력에 대해 얘기한다.
이후의 챕터들을 보면, 어떤 것은 사회현상, 또 어떤 것은 인간의 심리학을 오가며 계속해서 산만한 인상을 준다.
서문을 읽을 때만해도 기대가 되었다. 되도 않는 미래 예측 대신, 계속 변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해서 앞 날을 대비하자는 아이디어. 저자는 제프 베이조스의 말을 인용한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앞으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나는 사실 이 두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래를 생각할 때 최근의 변화를 집중하는 것 보다 과거의 일들, 그러니까 계속해서 변하지 않았던 것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깊게 동의한다. 그래서 저자는 변하지 않는 23가지를 설명하는데 그 깊이가 한없이 얕았다. 워런 버핏의 일화로 시작하는 서문에서만 제프 베이조스, 나발 라비칸트(기업가이자 투자자)가 등장하며 첫번째 챕터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설명하기 위해 한 챕터를 온전히 자신의 어렸을 적 일화를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앞으로 책을 고르는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겠다는 것이다. 귀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정말 어렵게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 앞으로 블로거의 책은 무조건 걸러야겠다. 그리고 당분간은 검증된 고전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