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집어든 것은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추천사 때문이다.
저자가 "불완전하지만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비밀"에 대하여 들려준다고 하고, "우리가 기억과 망각에 대하여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하니 솔깃하지 않으면 거짓말.
책의 첫머리에는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말하고 있다.
기억은 의미를 가져야 만들어 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간혹 보거나 들은 것을 모두 기억하는 특이한 경우가 있기는 한데, 이런 것들은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희귀한 사례에 해당하니 제외를 하고..
내가 기억하는 사건 혹은 사실은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기억이 된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가 바늘에 찔리면 아프고, 피가 나겠지만 그것이 그 후의 혹은 그 전의 어떤 사건과 의미있는 연결이 없다면 잠시 아픈 기억만 남을 뿐 오래 기억되지는 않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실을 몇몇 실험을 통하여 증명한다. 1센트 동전에 있는 글귀와 인물 부조가 어떤 내용이고 어떤 모양인지를 알아내는 실험과, IT기업으로 유명한 애플의 "한입 베어 먹은 사과"에서 베어 먹은 자리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그리고 그 꼭지가 왼쪽으로 기울었는지 오른쪽으로 기울었는지를 묻는 실험에서 많은 이들은 정확하게 찾아내지를 못한 것이다. 이것은 보거나 들은 것에 의미를 부여했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1센트 동전의 글귀가 무엇인지, 부조의 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굳이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동전의 생김을 알아야 할 의미가 있다면 자세히 보고 기억을 해두었겠으나,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또 유명한 IT기업인 애플의 로고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이 회사의 로고는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니 이런 로고를 굳이 의미를 두어 기억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두 사례에서 보듯이 기억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고, 이는 기억할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원초적인 단초가 되는 부분이고 살아가면서 저절로 체득한 경험으로 익히 아는 것이다.
기억력 향상과 관련하여 하나를 더 들어본다면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해지는 원하지 않은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기억력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어찌 보면 독과도 같다. 독이란 것은 신체의 기능 일부를 부자연스럽게 하거나 정지시키는 물질들인데, 이게 신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위 적당량이 가해지면 신체의 기능을 오히려 원활하게 한다. 예를 들면 부자(附子)가 있는데, 몸에 열을 내게 하는 대표적인 한약재이다. 이 부자는 적당량을 쓰면 몸이 허하거나 냉한 사람에게 약이 되지만 이를 과하게 쓰면 열을 과하게 발생시켜 혈액순환이 과하게 빨라지고, 혈맥이 팽창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이와 같다. 적절한, 바꿔 말하면 몸과 마음이 견뎌낼 정도의 스트레스가 부가된 상황에서는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향상되는데, 이 스트레스의 크기가 과다하게 커지면 신체의 자기방어 기능이 커져 일부 기능을 축소하거나 정지시키기도 하고, 기억기능의 핵심이 되는 해마를 공격하게 되어 독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잠도 기억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잠을 자는 시간은 무의식속에서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 동안에 하루 중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의미있는 사건들과 아닌 것들로 분류하고 저장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기적이라고 할 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면 의미있는 사건들이 분류되고 정리되지 않으므로 기억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적으로 충분하지 않거나 질이 나쁜 잠은 기억기능을 약화시키고 악화시키는 독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뒤에 있다. 바로 알츠하이머와 관련되는 부분이다.
기억 혹은 뇌과학에 대한 많은 책들이 알츠하이머를 다루지만 그 원인을 언급할 뿐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루지 않는다. 아직은 그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 책의 목차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뇌"라는 부분이 있다. 알츠하이머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대책으로 무엇을 제시하는지 궁금했지만 그 내용은 기존의 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알츠하이머가 순수하게 유전에 의하여 발병하는 것은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는 유전과 후천적인 요인들이 복합된 것이라고 밝혀 두었고, 그 것을 예방하거나 지연하는 방법에 대하여 저자의 의견을 밝혀 두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지중해식 식단처럼 건강식-어패류 채소류를 중심으로 하는-을 권장하고,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알고 있지만 잘 하지 않는 방법 하나를 더 제시하는데, 그것은 배움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하는 제목과 추천사를 가지고 있지만,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은 없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평이하게 서술했다. 그렇지만 쉽게 읽혀지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