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노화의 종말이다. 매우 자극적이고 과격하며 파격적인 표현이다. 노화의 종말이라니, 만약 사람이 늙지 않는다면, 영생을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그저 늙지만 않다가 젊은 상태로 혹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상태로 생을 마친다는 말인가. 책을 집어 들지 않을 수 없다.
책을 펼쳐 들고 목차를 보면, 들어가는 말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4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들어가는 말에는 저자의 연구 주제인 노화와 개인적인 환경에 대한 언급이 담겨 있다. 그의 조모는 90여 세를 살았으니 비교적 장수를 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을 마치기 10여년 전부터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조모는 생을 마칠 즈음에 "인생은 본래 그런거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저자는 조모의 생을 생각해 볼 때, 인간다운 삶을 누린 것은 생을 마치기 훨씬 전에 마무리되었다고 확신한다. 곧 저자가 생각하는 삶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다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들어가는 말"에 밝혔다.
과거라고 붙인 본론의 첫 부분은 노화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는 생물학적 유전학적인 연구결과에 대하여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DNA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손상을 입게 되고, 그 손상으로 인하여 후성유전적 변화가 발생하여 노화가 발현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유전자의 손상으로 DNA의 기능에 오류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신체 기능의 이상이 발현되면 그것이 노화로 나타나며 노화로 인하여 심장병, 암, 통증, 쇠약, 죽음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2010년 런던왕립학회에서는 노화를 "폭넓은 병리학적 결과들을 빚어내는 질병 과정"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즉 노화는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고 질병이라는 것이다. 의학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는 있지만 현재와 같이 발현된 병증만 치료하는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은 인간의 수명을 늘이는데 근본적이지 않으므로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즉 노화를 막아야 건강수명을 늘일 수 있다는 것이다.유전자, DNA, Sir2, RNA, SIRT1, SIRT6 등 여러 전문용어가 등장하고 있어, 비전공자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수명-건강수명을 이해할 수 있다.
2부로 명명된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현재"에서는 건강하게 사는 방법과 의학적 성과를 다루고 있다. 노화는 삶에서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며 그것을 피하는 몇가지 방법을 의학적 근거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간헐적 혹은 주기적 단식이나 육식을 줄이는 것, 운동으로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 몸을 차갑게 해야 한다는 것 등은 여러 건강전문가들이 이미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신체가 안주하고 싶어하는 환경이 아닌 불리하거나 불편한 환경에 처하게 하는-춥거나, 힘들거나, 배가 고프거나 등등은 유전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가진 장수유전자를 자극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저자는 생물학적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세포 혹은 조직의 재생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인공장기를 개발하는 미래가 멀지 않았다고도 한다.
3부로 명명한 "우리가 가고 있는 곳-미래"는 수명이 연장된 인간으로 인하여 발생 가능한 미래에 대하여 언급한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단 하나의 터전인 지구에 무수한 악영향을 미치는데 수명이 늘어난 인간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점점 커져 가는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어떻게 변화해 나갈 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경제적인 능력을 요구하고 사회적 신분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면 어찌 될 것이며, 그래서 지금의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지는 않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일을 비관적으로 혹은 낙관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저자는 철학적, 사회학적, 정치학적 관점은 내려놓는다. 다만 과학자로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명을 늘이도록 더 투자를 해야 할 것이고, 생물학적 나이로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하며, 생존을 위한 기본적 의식주에서 과학적 혁신을 배척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이 책은 "노화는 질병이고, 의학-유전학 등으로 개선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노화는 물리적 현상이고 과학에서 다루는 분야이다. 이것을 인간의 삶이라는 부분과 연결하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고, 사회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善이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노화와 건강수명 연장을 다루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이니, 누군가의 사회학적 철학적 고찰도 곁들여졌으면 더욱 좋았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추천사를 쓰신 분은 대단히 명망높은 학자이시다. 추천사에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은 행운아다. 노화를 되돌리고 건강하게 장수할 과학적 비법을 얻게 될테니 말이다."라고 하시는데, 아마도 여태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장수할 과학적 비법"은 이 책에 없어 보인다. 이미 많은 이들이 말했던 것이 있을 뿐이고, 저자는 거기에 조금 더 과학적인 근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