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투브를 통해 10년전 쯤 방영되었던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보게되었다. 옛날 사람들이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물을 길어오고 채소를 구해오고 동물을 도축하는 모든 과정을 보면서 예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은 이런 수고로운 삶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번영은 일시적이라고 말해준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전세계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번영은 미국의 '뇌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소련의 부상을 저지하고 석유 보급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전세계 국가들에게 자유무역을 보장하는 대신 소련을 견제할 것과 석유 보급로 상에서의 분쟁행위를 금지하였다. 실제로 중동이나 한반도, 베트남 등에서 전쟁이 일어났을때는 반드시 개입하고 미국이 수립한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였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과 안전보장은 그 자체로 미국에게 이익이 되기 보다는 미국의 질서를 따르는 국가들에게 '뇌물'로 주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경제적 번영이 영원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뇌물'은 그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이러한 경제적 번영이 모든 나라들의 인구구조를 파괴하였기 때문이다.
먼저 이책에서 저자는 더 이상 미국이 '뇌물'을 전세계에 지급해야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애초에 미국이 브레튼우즈에서 현재의 세계질서를 제안했던 이유가 소련을 견제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소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에서 점점 물러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지만 저자의 다른 저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는 소련 붕괴이후에도 미국이 현재의 세계질서와 자유무역을 보장하는 이유는 석유의 보급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서, 셰일오일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2010년대 이후에는 미국이 전세계 파견된 미군을 태평양에 국한시키고 보호무역주의를 선택할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세계질서와 자유무역을 보장하더라도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는 점도 제시한다. 그 이유는 인구구조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붕괴로 노동을 제공하는 청년층 근로자와 자본을 창출하는 장년층 근로자가 은퇴자에 비해 적어질 경우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더라도 경제활동을 유지할 노동과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출할 물품을 만들수 없으며, 수출대금을 활용하여 국내에 필요한 자원을 수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의견은 일리가 있다.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은 석유, 원자재, 식량, 공업 등의 부분에서 어떻게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석유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중동지역에서 많이 생산되어 세계 각지로 수송되어야 한다. 또한, 원자재의 경우 희토류는 주로 중국에서 생산되며, 구리는 칠레, 철광석은 호주 같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어 최종 소비지까지 먼거리 수송이 필요하다. 식량의 경우 산업화로 인하여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것도 화학비료의 원료를 장거리 수송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산업을 돌리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장하는 자유무역은 필수적이다. 미국이 더 이상 자유무역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극단적인 상황(미국이 자유무역을 보장하지 않는 상황)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노력하고 대비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나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 미국, 일본, EU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산업정책을 검토해보면 저자의 주장대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려는 모습을 볼수 있다. 우리나라 중후장대 산업이 무너지고 있고 최후의 보루였던 반도체 산업까지 어려워졌을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 저자의 주장을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이책을 읽으면서 자유무역이 성립된 과정과 그 자유무역이 세계에 어떤 영향이 있었고 자유무역이 중단되었을때 어떤 세상이 도래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