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동안 세계정세가 한국경제에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제조업의 부활'로 한국의 중후장대 산업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부정적 영향의 사례일 것이다. 이로 인하여 중후장대 산업을 담당하던 동남권 산업이 무너지고 반도체 ,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위주의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급증하는 문제를 한국경제는 맞닥드리고 있다. 반도체산업도 미국에서 보조금 지급 등으로 미국내 직접 생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수출 호조로 지탱해온 한국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학교 국제경제학 수업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전세계에 화폐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전세계에서 수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배웠는데, 이제는 미국이 직접 제조업을 활성화시켜서 우리나라 같은 수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서 흥미로웠다.
먼저 저자는 농업, 국방, 물류 측면에서의 지리적 여건이 우월한 미국은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를 표방하여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하여 전세계에 대한 '뇌물'로서 미국 시장에 대해 접근할수 있도록 하고 주요 무역로에서의 분쟁을 막기 위하여 군사를 파견하여 왔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뇌물'에 의해 주요 무역로가 안전해졌고, 전세계 국가들은 미국 시장에 수출을 하여 자본을 축적할수 있었다. 해적 및 사략선을 피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하고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식민지 확보를 위해 경쟁하였던 유럽의 주요 국가와 일본은 미국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새로운 질서하에서는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서로 협력할수 있었다. 이런 협력관계는 미국이 단일대오를 갖추어 소련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뇌물'은 그 효용을 다 했다고 주장한다. 소련이 무너지는 순간 미국은 더 이상 전세계에 이런 '뇌물'을 제공할 필요는 없어졌다고 말하면서 전세계는 '미국 없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동 저자는 소련이 붕괴된 이후 조지 H.W. 부시만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노력을 했고 그 이후 4명의 대통령은 그 사명을 이어받지 못하였지만, 미국이 세계질서를 보장하지 않는 날은 올 것이라고 말한다. 대전략은 부재한 상황이지만,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부터 이어져온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점점더 심화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각자도생의 세계'가 들어가는 이유는 저자는 미국이 더 이상 '뇌물'을 제공하지 않는 세상에서 각 나라는 각자도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각자도생의 방법은 그 나라의 지리적 여건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지리적 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에 국경을 보다 쉽게 방어하기 위해서 팽창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 책이 나오고 난후 '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국경을 팽창하려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외에도 일본이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끊임없이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한 침략전쟁에 나서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독일은 국토의 특성상 행동하지 않으면 러시아나 프랑스 등의 국가에 의해 압도당하는 지리의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미국이 세계질서를 보장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많은 인류는 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미국 없는 세계'가 지금 당장 도래한다면 한국은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 필수 자재가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산업활동에도 지장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변화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수많은 이익과 타성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가능한 다른 선택지를 모두 시도해보고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세계질서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그 시간동안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주요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주요 산업의 수입의존도를 경감하고 현명한 외교정책을 통해 주변국과의 협력을 도출하여 이 책의 저자가 우려하는 변화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고 지키기 위해서 어떤일을 할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책의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를 생각해봄으로서 미국의 '반도체의 부활'과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이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볼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