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자신이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해 본 사람을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살면서 받았던 차별에 대해서 억울함과 아쉬움을 많이 토로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는 이야기인데, 왜 수많은 차별은 아직도 존재하는 것일까? 이유는 정말 단순한 것에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이 무심코 행하면서 지나쳤던 많은 경우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선량한 차별주의자'이다.
사회적 소수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오히려 거슬려 하는 다수자들. 다수자들의 주장의 핵심은 '다수자 차별론'이며 이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 주제다.
다수자들이 느끼는 특권에 대해서 살펴보면 정말 단순하고 간단한 것들인데, 그렇기 때문에 다수자들에게 그 '특권'은 특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 특권 중 몇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속한 인종 집단을 대표해 이야기해달라는요청을 받는 일이 없다.'
'내가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다고 해서 나의 성별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내용들이 대부분이기에 다수자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소수자들의 과격한 주장이나 일부에게 제공되는 최소한의 보장들이 다수자에게 차별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에 얼마나 민감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하다.
저자의 경우 다양한 선택지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기자신을 '결정장애'가 있다고 지칭하다가 왜 '장애'란 말을 붙이게 되었는지 질의를 받게 되면서 차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프롤로그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에 나왔던 두가지 표현 "한국인 다 되었네요."와 "희망을 가지세요."는 다문화 가정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인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를 모욕적인 표현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이 처해있는 위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어느 관점에 있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수자'로서 주류가 될 수도 있고, '소수자'로서 비주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별에 있어서는 '다수자'인 사람이 지역적으로는 '소수자'가 되고, 직업에 있어서는 '소수자'인 비정규직이지만 그 사회에서 '다수자'인 집단에 속할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언제나 자기 자신이 다수집단에 속해야만 안정감,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되며 끊임없이 주류의 삶을 추종하며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차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성공의 신화에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하고, 몇 몇 성공한 사람들의 예시를 보여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지나친 경쟁심을 가져오게 되는 한 편, 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망과 좌절감을 주게 되는 부작용을 가져오게 된다.
국가와 사회가 필요한 이유는 이런 사회적인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 일부 성공신화만을 부각시키고 문제해결을 등한시 하는 데 있지는 않다.
물론 사회적 차별과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힘들 수도 있지만 책에 있는 예시처럼 생각보다 단순하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 또한 1997년까지 '동성동본' 혼인금지법이 있었고 이는 유림을 중심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부계 위주의 '동성동본' 혼인금지법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과연 우리 사회의 질서 근간이 흔들렸던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규범이나 사회질서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과도한 규제만을 양산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보다 탄력적인 자세를 가지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하고 토론하면서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논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억압하고 금기시하고 터부시하는 문화가 '주류'가 된다면 그것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런 문화에서 자라나는 우리 또 우리 자식 세대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질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