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인간의 생각과 세상의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결정체다. ... 건축은 이렇듯 그 시대와 사회의 반영이다. 건축가는 발명가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나는 건축물을 볼 때 기발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보여 주는 것들을 좋아하게 된다. 이런 건축물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크게는 사회를 변화 시킨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기발한 생각'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소개하는 건축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른 개의 작품은 내가 스무 살 때부터 지난 33 년 간 충격과 감동을 받은 건축물 중에서 엄선한 작품들이다. 라고 책의 여는 글에 말하는 것처럼 건축은 단순히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 시키기도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좋아하는 건축물이 나에게도 동일한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와 나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 들어간 건축물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례로 저자의 이전 책 가운데 학교공간을 획일적인 형태에서 새로운 형태로 바꿨을 때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반지하에서 해를 보지 못하고 사는 것과 해를 충분히 보며 사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새로운 공간은 공간은 분명히 개인 뿐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지역별로 크게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로 나누어 스무 명의 건축가가 만든 서른 개의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책에 나오는 서른 곳의 건축물 가운데 실제로 가본 곳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한 곳 밖에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마음도 약간 있었다. 미주나 일본은 아니라도 유럽은 그래도 몇 나라는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쉽게도 못 가본 곳이 대부분 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저자의 책이나 강연 그리고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건축물들은 꽤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이 책에 나온 건축물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래서 방문하고 싶은 곳이겠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건축물들이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 들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들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아마 좌절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대한 건축가들이, 비록 당시에는 위대하지 못했다 해도,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 우리가 그들이 만든 건축물을 보고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실 건축가들은 자신의 돈으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기가 쉽지는 않다.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 가운데 건축가가 자신만의 생각으로 밀어 부치는 것은 사실 쉽지 않기에 그래서 오늘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보는 건물들이 만들어진 것이 사실 더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 역시 이러한 다툼이 많았다고 한다. 사실 지금 보아도 가우디의 건축물은 어떻게 저렇게 건물을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할 정도로 파격적인데 당시에는 어떠했겠는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논란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오늘 우리의 곁에 있는 위대한 건축물들은 건축가의 깊은 고심 뿐 아니라, 건물을 의뢰한 이들의 어쩌면 수십 번의 양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물을 만든 건축가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건축가에게 맡긴 건축주들에게도 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책에서 소개한 건축물 가운데 실제로 본 가 본 곳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 있는 여러 건축물들을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감각을 느끼며, 머리로 생각하고 싶은 욕심이 들게 만들었느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