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어머니는 난감한 듯, 다소 화가 난듯한 얼굴을 붉혔다. 나는 옷매무새를 여미고 뛰어나갔다. 긴 복도화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며 다급히 두리번거렸지만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조했다. 이날 오전엔 회사 얘기해 두 시간 늦게 출근하기로 해뒀으니, 그 사이에 퇴원수속을 밟을 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단은 모든 것이 꾸이었다고 생각하자고 아내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타이를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로비에도 아내는 없었다. 숨가쁘게 좌우를 살피며 달라나간 병원 뜰에는 아침식사를 마친 환자들이 나왔다. 이른아침 한때의 서늘함을 맛보러 나온 것이었다. 장기입원 환자들인지 지치고 쓸쓸한 그러나 나름대로 평화로운 모습들이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 분수가 가까워졌을 떄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의 어깨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내는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있었다. 환자복 상의를 벗어 무릎에 올려놓은 채 앙상한 쇄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세 신 중심의 시대가 지나고 근대에 들어들면서 이성 중심의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역사 파트에서 살펴본 것처럼 물질적 권력을 획득한 시민계급의 부상과 관련된다. 그들은 왕의 권력을 정당화해주는 신 대신에 인간이 중심인 이성의 시대를 열였다. 이제는 진리의 대상이 종교에서 이성으로 넘어온 것이다. 하지만 진리의 대상이 변경된 것과는 달리 진리에 대한 입장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크게 변하지 않는다. 중세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싸움이 보편논쟁에서 실재론과 유명론에 있었다면 근대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는 합리론과 경험론의 논쟁으로 변형된다. 우선 합리론은 실재론과 유사한데 그것은 진리의 속성에 대한 태도에 기반한다. 실재론은 개별적인 개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다. 근대 사람들이 견지했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입장을 확인해본후 자신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합리론과 경험론은 어떻게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그 답변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처럼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에 탐구하는 분야를 철학에서는 인식론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잠시 철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 다음 근대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기로 하자. 존재론이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라면 인신록은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ㅍ와 뷰의 대화는 존재론적인 대화다. 존재론은 특정 존재의 유무에 대하여논하는 분석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질문을 전지는 방식에 있다. 존재론은 있는가? 있다? 의 술어로 표현된다. 역사상데서 구체적으로는 신이 씨있는가 영혼은 무엇인가 자유는 무엇있가 등의 주제로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외계인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알았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앞서 뷰처럼 대답한다면 큐는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이성을 제시한 것이다. 인식론에 대한 답변으로 이성을 제시하는 입장을 합리론이라고 한다. 반면 이성적인 하슈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실제로 외계인과 접촉해서 눈으로 확인해야만 외계인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한데, 이럴 경험론이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존재론과 인식론은 각각 강조되던 시기가 있었다. 고대와 중세에 철학이 존재론 강조되던 시기가 있었다. 고대와 중세의 철학이 존재론 중심의 철학이었다면 근대 철학에 와서야 인식론적 철학이 논의의 중심이 서게 되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서 합리론과 경험론이 제시된 것이다. 현대 철학에 와서는 존재론과 인식론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양상을 보인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지식을 세가지 범주, 감각, 일반, 보편지식으로 나눠서 의심해보기 시작한다. 먼저 감각을 통해 얻는 감각지식들을 의심해보다. 다음 데카르트가 의심한 지식은 자연과학을 통해 얻는 일반지식이다. 과학적 이론은 다양한 관찰을 통해서 귀납적으로 정리된 지식이다.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와 같은 일반화된 지식은 하루 전에 태양이 동쪽에서 떴다. 이틀 전에 태양이 동쪽에서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