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 상대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진화심리학이라는 또 다른 학문 분야에서는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와 관련해 평행선을 긋는 토론이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격렬하긴 해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확률적 추론에 취약하다는 카너먼-트버스키 학파의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그 이유가 사물을 현재 상황에서 표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과거에는 확률적 추론에 최적화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 진화심리학을 대표하는 과학 지성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두뇌가 진실을 찾기보다는 적응을 잘하도록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에 진화심리학의 관점이 요약되어 있다. 이들은 우리 두뇌가 사물을 이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편향되지 않았다고 믿으며, 원래의 환경에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만 편향된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당시 경제학자들은 카너먼-트버스티 학파에 대해 크게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 사회생물학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핵심쟁점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려면 진화론이 중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긴 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1) 선택할 때 인간은 사고가 아니라 어림법을 사용한다.
2)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든, 현대 세계에서 인간은 통계에 대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다.
이제 신경제학도 분열되고 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를 통해서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한 것처럼 진화심리학에서도 새로운 경제학이 출현되고 있다. 비열한 유전자의 공동 저자인 경제학자 겸 생물학자 테리 번햄 같은 인물이 동굴인 경제학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효과적인 확률 계산은 최근까지 전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도박에 관한 논문이 등장한 뒤에야 확률 수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중세 암흑시대가 결정론에 방해되는 움직임을 탄했했기 때문에 확률 연구가 지연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지극히 모호하다. 단지 겁이 나서 확률 계산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분명 필요하지 않아서 확률 계산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 유전자보다 우리가 그런 환경 속에서 훨씬 발전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우리 유전자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화론자들은 두뇌의 작용이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과 틀에 좌우된다고 생각하며, 이에 따라 결과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의 두뇌는 사기꾼을 간파하는 부위와 논리적 문제를 풀어내는 부위가 다르다. 사람들이 선택에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뇌 여러 부분이 제각각 부분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림법을 심리학자들은 '빠르고 더럽다'고 표현하고, 진화심리학자들은 '빠르고 간소하다'고 표현한다. 그뿐만 아니다. 인지과학자 게르트 기거렌저같은 사상가는 카너먼이나 트버스티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고수한다. 그가 ABC 그룹 동료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이며 진화를 통해서 이른바 '생태적 합리성'이라는 합리성을 낳았다. 또한, 인간은 배우자나 식사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도 확률을 최적화하여 행동하도록 고정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주식을 정확하게 설명할 때도 주식도 적절하게 선택하도록 고정화되어 있다고 믿는다.
우리 두뇌는 '모듈'방식으로 기능한다. 모듈 방식이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문제라도 제공하는 틀에 따라 상황마다 다른 모듈을 사용할 수있다는 사실이다. 모듈의 한가지 속성은 '캡슐화'이다. 우리는 모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므로 모듈의 작용을 간섭할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진 모듈은 사기꾼을 찾아내려 할 때 사용하는 모듈이다. 순전히 논리적이로만 표현할 경우, 문제를 푸는 사람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똑같은 퀴즈를 사기꾼을 찾아내려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거의 모두가 맞춘다
에필로그
한 가지 다른점은 나 자신이 지극히 어리석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인간적 속성이 끊임없이 좌절시키려 한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