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개월에서 1년 남짓의 시한부 상태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과 며느리와 책을 쓰는 와중에 2017년 작고하였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어디에서도 어두운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짧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책의 메세지는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살기 좋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미디어에서 들려오는 나쁜 소식에 주목하지 말고 좀 더 긍정적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팩트풀니스는 총 10가지의 본능을 사례를 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득하고 있다. 때로는 일반화된 이야기로, 때로는 특별한 사례 들을 섞어가며 공식적인 데이터와 본인의 경험을 섞어가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 서술 방식이 인상적이다.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인간의 10가지 본능을 간단하게 한 줄씩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간극 본능 : 세상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2. 부정 본능 :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더 자주 보도된다.
3. 직선 본능 : 세상은 선형적으로 발전한다.
4. 공포 본능 : 세상은 위험하다.
5. 크기 본능 : 사실보다 과장하거나 축소시킨다.
6. 일반화 본능 : 다양성을 인정하기 보다 세상을 균등하다고 생각한다.
7. 운명 본능 : 세상은 항상 바뀌고 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8. 단일 관점 본능 : 세상은 내 관점으로만 이해된다.
9. 비난 본능 : 세상은 누군가의 잘못이다.
10. 다급함 본능 : 세상은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이 중 가장 큰 시사점을 얻었던 3가지 본능에 대해서 자세하게 정리해보았다.
1장 간극본능
선과 악, 부자와 빈자 등으로 뚜렷한 양측으로 나누어보는 것은 굉장히 간단하고 직관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충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극적인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평균을 비교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두 가지 평균을 비교할 때, 분산을 무시하고 그 평균 값만을 비교하면 존재하지 않는 간극만을 보게될 수 있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적, 1분위와 4분위의 소득 비교 등을 평균치만을 가지고 비교하면 그 사이에 무수히 존재하는 분산이 아닌, 극적인 두 가지의 숫자만을 비교하게되며 때로는 큰 오해를 안겨주게 된다.
6장 일반화 본능
사람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며 생각하곤 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면서 또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게 정말로 힘들 것이다. 간극본능과는 다르게 일반화 본능은 범주 안의 것들을 동질화하게 생각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소득수준이 같으면 국가나 문화권이 달라도 생활하는 모습이 놀랍도록 비슷한 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면에 소득수준이 다르면 동일 국가나 문화권 내에서도 삶의 방식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이들의 모습들을 늘어놓고 비교해보면,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종교나 문화, 국가가 아니라 소득임을 알 수 있다.
8장 단일 관점 본능
사람들은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고, 통찰력의 순간과 무언가를 이해하게되거나 안다고 생각드는 그 느낌을 즐기게 된다. 이런 관점은 특히 전문가 집단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곤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본인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는 오히려 더 큰 오류를 지닌채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생각보다 높은 교육수준이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성(때로는 본인의 분야에서조차)을 담보하지 않음을 알게해준다.
결국 팩트풀니스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Factfulness, 사실충실성이라는 말로 번역되어있듯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사실에 기반하여 보자라는 취지의 책이다. 우리가 막연하게(본능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달리 세상은 생각보다 더 좋고, 생각보다 더 비슷한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살아가고있다고 말한다. 막연하게 상식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세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좋아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왜 세상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오해하고 거짓된 정보를 믿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와 어떻게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이 책은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했다. 변화는 분명히 우리의 삶에 편의성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사고는 더욱 고립되었고,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정보만을 골라 보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필요성이 줄어드니 일방적인 사고 방식이 팽배해졌다. 자신의 확실한 의사표현을 중시하게 되었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데 약점이 생겼다. 점점 사실 관계와 진실의 파악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즐기면 되었고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을 필요로 하지 는니다. 이 책의 제목 '팩트풀니스(factfullness)'라는 단어는 사실 영어에는 없다고 한다. '사실충실성'이라는 의미로 저자가 만들어낸 단어로 내 입맛대로 골라보는 언론의 보도와 매체 선동,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인간 본연의 '10가지 본능'에 따르지 말고 인간 스스로에 대한 검열과 팩트 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