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가 이 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삼프로의 신과함께 라는 방송 채널을 시청하면서, 진행자인 김동환 소장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었음에 따라 알게 되었다. 삼프로의 신과함께 라는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금융 전문가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 주는데, 게스트들보다도 메인 진행자인 김동환 소장이 뛰어난 혜안과 넓은 금융지식 및 경험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이에 따라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자인 다모다란 교수는 내가 8년전 처음 금융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Valuation이라는 책을 처음 추천받아서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 책의 저자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다. 이에 따라 이번 신간 내러티브 앤 넘버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대학교 재학 시절, 교내 금융투자학회에 가입하여 산업과 기업, 기업의 주식을 분석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한 선배가 기업의 주가는 "실적과 스토리" 두가지로 결정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이때까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와 은행의 기업대출 업무를 하면서 그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기업의 주가는 실적이 뒷받침되고, 향후 성장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다모다란 교수 또한 이 책에서 유사한 말을 하고 있다. 숫자만으로도, 스토리만으로도 안되고 숫자에 이야기를 더하면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2020년 들어 전세계는 코로나19 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금융시장에서는 놀라운 투자열풍이 불어왔다. 특히 미국의 아마존과 같은 기술주들의 주가가 연일 상승함에 따라 나스닥 지수는 지속적으로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 또한 코로나 사태 초기에 급락한 이후 빠르게 회복하였고, 전고점을 회복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올랐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도가 매우 높았는데, 기존에 주식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번에 코로나19 초기에 주가가 급락했을 때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부진해질 것을 우려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 했고, 이에 따라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돈이 갈 곳이 없다보니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내러티브 앤 넘버스라는 책도 읽고, 삼프로의 신과함께 채널도 들으면서 그 인기가 점점 높아졌던 것 같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지속적으로 알리바바, 아마존, 우버, 페라리 4개의 기업 케이스스터디를 제시한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잘 아는 기업이면서 관심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과 저자의 집필의도를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존은 1990년대에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그 규모를 늘려온 회사이다. 아마존의 전략은 고객군을 넓혀 매출을 키우면서, 이익은 희생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매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원가에, 혹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함에 따라 이익은 상대적으로 늦게 따라오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아마존은 미국 시총 2위의 거대 기업이 되었다. 또한 미국에 아마존이 있다면 중국에는 최대 온라인 소매회사인 알리바바가 있다. 알리바바가 세워진 1999년 중국의 온라인 소매시장은 아직 거의 발달되지 않았었는데, 알리바바 덕분에 중국은 전세계 2위의 온라인 시장이 되었다. 알리바바에 적용된 스토리는 우선 거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약간의 광고비만을 주 수익원으로 삼음에 따라 소매상들과 계약을 맺기가 쉬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국 문화와 소비자 행동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였으며, 중국 소매시장이 수천개의 중소 규모 소매상들의 여건에 따라 쪼개져있다는 점을 잘 활용하여 결제기술, 인증체계, 트래픽 등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실제로 기업의 예시를 들어 이야기를 펼치니 훨씬 이해하기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앞으로 투자를 할 때에 이 책의 요지처럼 기업을 유심히 살펴보고 스토리를 만든 후, 그 스토리를 숫자와 가치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현명한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