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스피노자, 중용에서 배우는 정서적 인간'이 담고'가 담고 있는 두 사상가인 스피노자와 자사의 철학은 2천년 이상의 시간과 9천km 이상의 공간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은 이데아와 이의 연장선상인 신에 대한 절대적인 인격성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절대적 신 관념의 철학은 없고 변화하는 세계를 말하고 있으며, 가족 중심의 사회적 도덕 관계를 중시한다. 이러한 동양과 서양 사이의 뚜렷한 사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간격을 좁힌 철학자가 스피노자이다. 스피노자 또한 '에티카'에서 신 관념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인식과 정서를 말하고 있으나, 이는 중세의 절대적 신이 아닌 자연 그 자체의 신이다. 자사는 '중용'에서 천지자연과 인간 그리고 감정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에티카와 중용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인간 정서'를 핵심으로 한다. 다만, 스피노자는 존재와 인식 그리고 정서를 명확히 구분하는 전통적인 서양의 논리구조를 보여주는 반면, 자세는 직관적 사유를 통한 天, 性, 道, 中, 誠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동양의 기본적인 사상을 중용에서 다루고 있다.
에티카와 중용을 통하여 '인간은 정서적 동물이다'는 명제를 도출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본질을 '욕망'이라고 하였으며, 또한 기본 정서로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에게 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정서에 따라 어떤 것을 할 수 있도록 결정된다는 데에 있다. 즉,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을 정서로 보았다. 자사의 중용도 인간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중용에서 '하늘이 명령한 것을 性'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性은 희노애비가 곧 性이라고 할 때의 性이다.
위와 같이 자사의 중용과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꿰똟고 있는 인간상은 정서적 인간이나, 정서에 관한 자사와 스피노자의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정서의 근원에 관해, 스피노자는 정서란 외부 사물과의 접촉에 따른 정신과 신체의 동시적 현상으로 보았으나, 자사는 감정이란 외부의 원인이 관계되지 않는 본래 인간이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性이라과 하였다. 둘째, 인간 정서와 관련된 신체(몸)에 관해, 스피노자는 인간 신체가 본성이며, 이는 신을 원인으로 한다고 한 반면, 자사는 몸이란 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단지 닦음(修)의 대상으로 보았다. 다만 자사는 정서란 사물의 접촉에 의하여 드러난다고 하여, 스피노자의 생각과 유사한 점이 있다. 끝으로, 스피노자는 인간의 행위는 정서와 이성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 반면, 자사는 감정이 발현되었을 때 中節(절도에 맞음)과 時中(때에 맞음)에 따라서 행하고, 自道(스스로의 길)과 自誠(스스로 이루어가는 것)의 완성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인간 정서이다. 스피노자가 에티카를 통하여 전하고자 했던 아젠더는 '신 즉 자연 즉 실체'이다. 신은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유일하며, 오로지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서만 존재하고 작용한다. 스피노자 철학의 독창성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정신은 신체의 관념으로서 신체가 작용하거나 작용을 받을 때 동시에 정신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였고, 이러한 현상 중의 하나를 정서라고 명명하였다. 스피노자에게 정서란 외부 원인으로 인하여 신체의 활동능력이 관여되는 것이다. 만약 정신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정서가 있다면, 이는 인간에게 정서 예속의 문제를 일으키며, 이러한 정서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에서 능동정서를 가져야 하며 한편으로는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자사가 중용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아젠더는 天性, 즉 하늘이 명령하는 것을 인간의 性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性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 희노애락의 감정이다. 이는 주희의 성리학인 '性은 곧 理이다'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자사는 中을 천하의 근본이라고 하였으며, 그것은 감정인 희노애락이 발현되기 이전의 동적 변화의 개연성을 가진 것이다. 중용이 바라보는 인간 심성론은 '마음이란 본래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 하지만 학습에 의한다면, 마침내 마음은 방향성을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인 희노애락은 氣이고 기는 性이다. 情은 성에서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독립변수인 인간의 성정이 방향을 잡으면 종속변수인 마음이 정해지고, 또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 동양의 사유이다.
이 책은 에티카와 중용의 원문을 그 자체들로 엮은 것으로 두 문헌의 원문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