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다. 모두가 무한 경쟁에 시달리며 자신의 앞날을 불안해하는 중이다. 그렇게, 다시 『주역』의 시대가 도래했다. 왜 그런가? 왜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 『주역』을 읽어야 하는가? 이 경전은 유교의 사서삼경 중 하나이되, 우리 인생을 있는 그대로 파헤치면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강인하게 밀고나갈 것을 권장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주역』은 통치자의 입장에서 고분고분하게 자기 위치를 지킬 것을 주문하는 유가의 주류적 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동양사상의 철학적 근원이자 모태인 『주역』은 인문(人文)의 세상이 녹아든 대서사시이며, 힘든 시절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구체적인 삶의 지혜와 통찰을 거침없이 건네는 경서이다.
그래서 『주역』은 이 세계를 광활하게 파악하며 인간과 우주에 관하여 고민했던 모든 지성에게 더없이 사랑받아 왔다.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대가 칼 구스타브 융과 과학의 역사에 불후의 이름을 새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등은 이 경전에 한없이 매료되었다. 공자(孔子)는 만년에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으며,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역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전란에서도 『주역』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또한 자기 삶 자체가 『주역』 안에 다 있었다고 술회하며 일평생 『주역사전(周易四箋)』을 편찬하는 일에 심취했다. 그러니 이 경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주역』에는 시공을 초월해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에서의 가장 적절하면서도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들어 있는 것이다.
20여 년간 『주역』을 연구해왔던 작가 한덕수는 이번 책 『하루 한 장 주역 강독』을 통해서 이 경전이 지니고 있는 폭발적인 힘과 지혜를 집대성했다. 작가는 『주역』의 본문을 이루는 모든 괘와 효를 샅샅이 독해하며 삶의 법칙과 가능성을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주역』의 말을 통해 우리 인생의 문제 하나하나를 차분히 풀어나가면서 인생의 교훈과 지침을 탐구한다.
한덕수는 이 경서가 힘든 시절을 헤쳐나가는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삼천 년 전, 감옥에 기약 없이 갇힌 채 자기 때문에 아들이 원통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자신도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그 위태로운 상황에서 문왕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의지를 갖고 『주역』을 완성해냈다고. 그러니 문왕처럼 지금 어려운 처지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면, 도저히 헤쳐 나오기 힘든 난관 속에서 번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책 속에 당신이 간절히 찾던 길이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매일 한 장씩 강독하는 『주역』의 심오한 세계가 독자를 완전히 뒤흔들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동양 고전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인 이 경전을 문왕의 뜻 그대로 전하는 데 역점을 두었으며, 『주역』의 핵심인 64괘의 본문에서 현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르침에 초점을 맞춘 채 한 문장 한 문장 어떤 경계에도 얽매이지 않은 성찰을 이어간다. 한덕수는 이 경전엔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도덕의 언어 대신 괴로운 삶을 강인하게 버텨낼 수 있도록 하는 현실의 언어, 단단한 삶의 지침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주역』의 문장에 넘쳐흐르는 현대적 의의를 간파하고 자기 안에서 치열한 사색을 거친 뒤에 쉽고 힘 있게 풀어낼 수 있었다.
『주역』은 결코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은 텍스트다. 복잡한 원리로 만들어진 괘상(卦象)을 비롯해 수백 년간 이 경전에 철학적 해석을 덧붙인 역전(易傳)에 더하여, 역술과 사주명리의 관점에서 덧붙여진 온갖 주석들까지 고려하다 보면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질려버리기도 쉽다. 한덕수에 따르면, 이런 식의 주역 읽기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방식이다. 『주역』은 아주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오묘하고도 깊다. 그 오묘함을 정확하게 밝히고, 64괘 안에 광활하게 펼쳐진 64갈래 인생의 길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삶의 지혜와 지침을 구하는 주역 독해가 간절한 이유다.
그러므로 언제나 『주역』의 핵심인 64괘의 본문을 면밀하게 해석한 뒤 거기 담긴 뜻을 사색하는 게 먼저다. 한덕수는 『주역』을 미신에 근거하여 사주를 따지는 점술서라고 보는 관점을 철저히 배격하면서 64개의 괘사(卦辭), 384개의 효사(爻辭)에 담긴 가르침과 통찰을 깊이 음미한다. 그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모든 괘사와 효사 밑에 직역(直譯)을 달았고, 직역한 바를 현대의 언어로 상세히 풀었으며, 본문의 해석을 뒷받침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고전과 현자(賢者)들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주역』이 담고 있는 지극한 구체성과 현실성, 그윽한 인문의 향취, 그리고 인간성의 불변하는 진리를 비로소 현대의 독자들 앞에 복원할 수 있었다.
『하루 한 장 주역 강독』의 감수를 맡은 신창호 고려대 교수(前 한중철학회 회장)는 이 책을 일러 “인간이라는 소우주의 활발한 생명력을 담은 텍스트”이자 “삶의 지혜를 한껏 담은 채 상식 너머의 상식, 의미 너머의 의미를 현재의 시대정신에 비추어 고민하는 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한덕수의 작업을 통해 『주역』의 문장들은 삼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나침반처럼 일관된 인생의 지표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 경전의 본질과 정수는 결코 난해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 그 자체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하루 한 장 주역 강독』은 독자들에게 『주역』의 세계를 가장 탁월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전하는 강독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역(易)’이란 우주의 모든 만물이 쉬지 않고 변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상적 개념 체계다. 세상은 멈춘 것 같으면서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혼돈에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 그리고 그 법칙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것이 바로 역의 논리다. 모든 것은 변하면서도 항상 그대로이다. 각자가 맞닥뜨린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저마다의 사정 속에서도 언제든 우리가 의지해야 할 불변의 미덕은 있다. 그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세상천지는 내 것도 아니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니므로 공평하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세상은 공평하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다. 삼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린 다 그처럼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에 따라 모든 사물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 우주엔 그 끝이 없고 계속해서 변화할 뿐이다. 우린 그 변화에 잘 적응하며 유연하면서도 굳건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한덕수의 『하루 한 장 주역 강독』은 바로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