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읽고]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는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가끔씩 생각나서 읽게 되는 책 중 하나이다. 어린이 도서 같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딱 맞다.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한 스테디셀러,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영혼의 어린 왕자 이야기, 어린 왕자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어른도 반드시 읽어야할 값진 무언가가 있다.] 라는 리뷰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독서하는 사람들의 통과의례인 명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1943년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어린 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영혼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하는 걸작이다.] 라는 문장은 내가 이 책을 소장하고 싶제 만든 이유 중 하나이다.
어릴 적 읽었던 어린 왕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사람들이 모자라고 말하는 것, 바오밥 나무, 허영쟁이 별, 외로운 여우 이야기 등 인상적인 부분들이 생각난다. 그 안에 의미는 따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동화처럼 ‘그렇구나, 신기하다’ 라며 호기심만 가지며 술술 읽힌 책이었다. 20살이 되고, 30살이 되어 읽는 어린 왕자는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나의 10대 때 학교에서 필독도서로 읽게 한 어린 왕자는 그저 동화로서의 호기심에 재밌었다. 20대 때는 다양한 상황들과 마주하는 어린 왕자의 외로움도 느껴지고, 정답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어린 왕자가 대단하면서도 마냥 이해는 되지 않았다. 30대가 되니 어린 왕자의 순수함이 더욱 와닿고 때묻지 않은 질문이 허를 찌르는 느낌이다. 특히 어린 왕자의 [장미꽃과 길들이다.]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래사막과 바위와 눈 덮인 땅을 오래오래 걸은 끝에, 어린 왕자는 결국 길을 발견했다. 그 길은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나 있었다.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었다. 어린 왕자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기 장미와 똑같이 생긴 꽃들이었다. 어린 왕자는 매우 상심했다. 장미는 자신이 우주와 자기 별을 통틀어 하나밖에 없는 꽃이라고 했는데, 이 정원에만 똑같이 생긴 꽃들이 5천 송이는 있지 않은가! 내 장미가 이 광경을 보면 무척 당황하겠구나. 우스운 꼴을 면하려고 마구 기침을 하다가 죽을 지경이 될지도 몰라. 그럼 나는 장미를 간호하는 척을 해야겠지. 안 그러면 내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정말 죽을지도 몰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를 가져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그냥 평범한 장미였구나. 그냥 평범한 장미와 내 무릎만큼 오는 화산 세 개, 그 중 하나는 아마 영원히 활동을 못하는 휴화산이고, 그런 걸로는 훌륭한 왕자가 될 수 없어. 풀숲에 누운 채로 어린 왕자는 잠시 울었다.] 특별한 장미꽃이라고 했던 어린 왕자의 마음이 잘 녹아있는 장면이었다.
어린 왕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는 매번 읽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부분이 어른과 아이들이 동화를 읽는 관점의 차이가 느껴지는 곳이라 생각한다.
[여우는 잠자코 어린 왕자를 응시했다. “부탁이야. 날 길들여줘!” 여우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없는걸. 친구를 찾아야 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
[“우리는 자기가 길들인 것만 진정으로 알 수 있어.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아갈 시간이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물건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친구를 못사귀는 거야.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날 길들여줘”]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이다] 라는 말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길들이다는 나와 함께 한 소중한 물건의 느낌이다. 똑같은 볼펜이지만, 내가 잡았을 때의 그립감이 다른 것처럼 나에게 서서히 맞춰진 물건들이 길들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장미꽃과 나의 장미꽃이 다른 이유는 나의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나는거겠지 라는 생각이다.
엄마도 가장 좋아하는 책이 어린 왕자이다. 엄마랑 어린 왕자 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의 학생 중 한 명이 [길들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물어봤다고 했었다. 그 때 엄마는 “많은 학생들 중에 OO의 어머니는 바로 OO이를 알아보지?” 아무리 학생들이 많아도 소중하고 특별한 자기 자식은 바로 알아본다며, 많은 장미꽃들과 어린 왕자의 장미꽃의 차이라고… 30대의 나의 생각과 엄마의 생각이 또 다르다는게 신기했다. 왜 내가 이 책을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지 깨달았다. 읽을때마다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