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아주 오랜 기간 각광받아온 추리소설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 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기가 많아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다. 특히 과거에 쓰여진 것 같이 않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추리소설만의 느낌이 여전히 살아있었고 현대 추리소설의 기틀을 다져 왜 많은 인기를 누리는지 읽어보니 이해가 조금씩 되었다.
이 소설은 총 10명의 주요 등장인물들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 10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각각 과거 인연이 있던 사람으로부터 '인디언 섬'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섬의 별장에 초대된다. 등장인물끼리는 교통수단에서 조우하거나, 늦게 별장에서 조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마침내 10명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별장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에 인디언 섬은 굉장히 매혹적이고 몽환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는 첫날의 좋은 식사와 대접에도 불구하고 레코드에서 흘러나는 10명 각각의 살인 사건 목록으로 인해 모두 망가지게 된다. 레코드에 따르면 이들 10명은 모두 살인을 했거나, 혹은 살인 사건에 연관되어 있었다. 또한 별장 안에 적혀 있는 10명의 인디언에 관한 동요와 10개의 인디언 인형이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힌다. 레코드의 살인 사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이곳에 초대한 누군가의 목적을 추리하려 하지만, 각각은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었을 뿐 그 무엇도 추리의 단서는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로에 대한 비밀이 천천히 공개되고, 결국 서로를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전조없이 첫 살인이 발생하자,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고 독자는 더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급박한 흐름이 마치 내가 직접 그 별장 안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더욱 소설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도중 간간히 던져지는 메세지와 분위기 묘사가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첫 살인부터 갑자기 쭉 이어지는 살인 사건들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계속 집중을 하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나도 범인을 추리하기 위해 여러 단서를 찾아보려 했고, 결론적으로는 섬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는 점, 섬의 인원은 정말 그 10명이 전부라는 것을 통해 범인은 무조건 10명 중에 있다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로저스 부부의 남편을 범인으로 의심했었다. 로저스 부부는 집사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명목을 사전적으로 별장을 탐색할 기회가 있었으며, 능숙하게 별장에서 돌아다녀도 의심을 피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저스 부인이 먼저 죽은 것 또한 남편이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정한 살인 순서라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그 직후 바로 로저스 남편도 죽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내 추리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추리가 틀리게 되자 소설에 더욱 집중을 하게 만들었고, 좋은 추리소설의 표본처럼 계속 책을 탐독하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의심했던 로저스 남편의 죽음 이후, 등장인물들끼리는 서로 의심하고 합심하기도 하며 범인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베라의 경우 심리적으로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좋지 않은 결말을 예상하게 하였다. 결국 등장인물 모두가 죽고 나서, 마지막 장의 워그레이브 판사의 편지를 읽고 나서 많이 놀랐다. 물론 범인이 10명 중 한명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죽은 척 위장을 하고 조력자까이 있었다는 점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상식적으로 그 모든 살인을 조력자 없이 해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조력자마자 10명 중 하나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워그레이브의 살인 욕구는 결국 본인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다. 비록 추후 조사를 했을 때 미제사건으로 남아 스스로의 욕구 충족은 할 수 있었겠지만, 원초적인 살인 욕구가 있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나도 약간 소름이 돋았다. 물론 등장인물들 모두가 죄가 아예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워그레이브의 단죄나 속죄 의식 때문이 아닌 살인 욕구 충족이 먼저였다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으로는 찝찝함을 남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