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차별과 폭력의 말들이 거침없이 나타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언론, 인터넷을 통하여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표현을 너무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성적 지향성에 따라,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미국사람이냐 인도사람이냐에 따라, 경상도 사람이냐 전라도 사람이냐에 따라 다양한 혐오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대, 직업, 등에 대해서도 차별과 혐오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혐오표현은 정치지도자, 종교지도자 등 유력인사들이 차별과 혐오에 대하여 단호한 대처를 하고 있지 않은 점, 언론에 의해 그런 표현이 오히려 조장되고 있다는 점,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 까지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혐오표현이 차고 넘치는 우리사회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지식을 얻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본 도서를 선택하였다.
혐오표현은 영어 hate speech를 번역한 말인데, 여기서 혐오라는 말은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즉 혐오표현은 소수자를 대상으로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려는 표현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지 않으며, 말이나 태도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에도 혐오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왜 혐오표현은 제한되어야 하는가? 혐오표현은 인간존엄, 평등, 연대성 등 공존의 조건을 파괴한다. 다른 집단(특히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하여, 혐오표현이 나타나고, 차별행위가 용인되고, 증오범죄와 집단학살로 이어지는 혐오의 피라미드는 인간사회의 공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모든 사람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편견을 모두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 편견의 말(혐오표현)을 하는 것을 듣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런 말을 해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씩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이 증가하고, 보다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표현의 수위가 올라 가면서 혐오표현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무력화된다. 이런 표현이 일상화될 때는 언제든지 범죄에 해당하는 증오범죄, 집단학살이 바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에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혐오표현을 제한(법적, 규범적 포함)하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하는가? 책에서는 각 국가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혐오표현에 대한 단호한 대처이다. 나치의 대량학살을 경험한 유럽은 협오표현에 대해 법적규제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나치 등을 직접경험하지 않았고 식민시대를 거친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더욱 중시하는 전통을 보이고 있으며, 보다 많은 올바른 표현과 사회의 문화규범을 통하여 혐오표현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혐오표현에 대해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대해 민족중심의 전통이 있고, 문화다양성이 허용되지 않아 편견이 많은 나라라고 말한다. 편견에서 혐오표현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는 혐오표현에 취약한 상태로 우리는 공존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혐오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것인가? 이런 법이 나중에 모든 표현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는 않을까?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을 통해 최소한의 요건과 이를 강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법제화도 필요할 것이다.
본 도서를 포함하여 최근 차별에 대한 이슈가 많이 언급이 되고 있으며, 혐오와 차별을 막기위한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차별금지법의 통과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을 갖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혐오와 차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에, 번거로운 것이 싫어서, 좋은게 좋은거라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연대하여 바꿔나가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공존의 기준을 마련하는 우리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