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식당에 방문했을 때 목격하게 되는 가장 걱정스럽고도 불편한 장면은 어린 아이들이 태블릿 또는 스마트폰 영상에 빠져 있는 사이 부모님들이 열심히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안에서야 물론이고, 베트남에 여행을 갔을 때에도 거의 모든 한국인 가족은 리조트에 있는 식당에서 동일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마치고서야 스마트폰을 샀기에 성인이 되어서야 스마트폰 사용자가 됐던 나도 이 작지만 엄청난 기기가 나에게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에 좋은 면만 가진 물건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폰에서 파생된 SNS 등의 부정적인 면과 그 위험성이 많이 축소되어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현대의 거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더 나은 식사시간을 위하여 아이들에게 스마트기기를 쥐어주게 된 것이 아닐까. 장점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 위험성이 장점을 넘어선다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점점 더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없는 시간과 돈을 최대한으로 투입해 한 명의 소중한 아이를 키워는 현 시대 부모님들의 선택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그 편리함에 못 이겨 너무 큰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책 표지에는 불안세대-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평소 이러한 생각을 가졌던 나로서는 책 표지에 있는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라는 문구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내가 이제껏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걱정하던 것을 구체적으로 풀어주고, 설명해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게 책을 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생각되어 더욱더 디지털 세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계하게 되었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저자의 논거가 논리적이고 또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최대한 많이 추천해서 저자의 주장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이번 독서로 그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낀 나 스스로도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게 되었을 때 스마트기기를 배제한 육아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렇듯 개인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편리함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개인에게 자율성을 주기보다는, 전 사회적인 차원에서 스마트기기와, 특히 SNS의 위험성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근 호주에서 전 세계 최초로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 규제 법안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미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던 것을 규제하는 것은 당사자가 되는 아동, 청소년에게도, 관련 기업 종사자, 그리고 스마트기기의 도움을 받아 보다 편리하게 생활하던 부모들로부터도 다양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스마트폰과 Sns 사용에 따른 영향이 보다 심도 있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관련 주제에 관심이 있든, 없든지간에 일독하기를 권했다. 관심이 없는 주제라 하더라도 저자가 오랜 기간 촘촘하게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해온 만큼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자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부디 이 책을 읽고 건전한 논의를 발전지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에 대하여 각계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논의하고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